▲ 27일 엔씨소프트 '리니지:레드나이츠' 쇼케이스 현장에서 공개된 시연영상.<엔씨소프트 제공>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엔씨소프트의 첫 모바일 출시작 ‘리니지:레드나이츠’가 베일을 벗었다. 27일 쇼케이스 현장은 리니지와 18년의 세월을 함께한 유저들이 모여 열기로 가득했다. 기존 유저에게 익숙한 ‘혈맹’ ‘공성전’ 등 리니지만의 킬링 콘텐츠와 모바일 시스템을 융합하려는 엔씨소프트의 고민이 집약된 쇼케이스 현장을 다녀왔다.

◇ 360도 영상 구현… 스토리에 빠져들다

국내 유저들이라면 ‘리니지’라는 게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주력 상품이자 18년 동안 게임랭킹 상위를 놓치지 않은 ‘장수’ 콘텐츠다. PC로 만나볼 수 있었던 리니지가 모바일로 출시된다는 소식은 단박에 게임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기존 하드유저를 포함해 모바일 특화 유저들까지 출시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18년간의 인기를 증명하듯 27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 쇼케이스 현장에는 100명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사전 등록을 거쳐 초청된 유저들까지 몰려 현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방문객들은 하나같이 즐겁고 들뜬 표정으로 레드나이츠의 각종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 '리니지:레드나이츠' 쇼케이스장에서 유저들이 게임을 시연해보고 있다.<시사위크>
이날 현장에서 공개된 리니지 레드나이츠의 매력은 3가지로 요약된다. 매력적인 스토리라인과 핵심 콘텐츠의 모바일화, 게임과 연동되는 다양한 디바이스다.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원조 리니지를 개발한 엔씨소프트에서 첫 개발한 모바일RPG다. 리니지의 모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본가’에서 재해석을 통해 자체 개발했다. 원작 게임인 리니지의 세계관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스탠다드에서 출발한 만큼 스토리 라인에 힘을 실었다.

이날 현장에는 기어 VR(가상현실)을 통해 리니지 레드나이츠의 스토리가 공개됐다. ‘라스타바드 전투’에서 시작돼 각 지역을 점령해 가며 동료를 모으는 영웅 스토리에 360도 영상의 몰입감이 더해졌다. 최원석 리니지 레드나이츠 개발실장은 “스토리 소개 부분에 360도 영상을 적용했다”며 “스마트폰을 전후좌우로 움직여 유저가 직접적으로 리니지 세계관에 빠져들도록 구현했다”고 밝혔다.

‘인챈트 시스템’ ‘시간의 균열’ ‘오만의 탑’ 등 유명 지역과 던전도 그대로 찾아볼 수 있다. 리니지 이용자들의 선망의 대상인 ‘집행검’과 각종 ‘주문서’ 등 다양한 아이템도 모바일로 자리를 옮겼다.

리니지의 대표적 몬스터들도 만나볼 수 있다. 이용자들이 리니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보스몬스터 ‘데스나이트’의 반가운 얼굴이 공개됐다. 이용자들의 수집욕을 불러일으키는 귀여운 SD캐릭터로 분한 모습이 낯설면서도 매력적이라는 평을 얻었다. 리니지 레드나이츠에서는 이들 몬스터가 유저의 ‘소환수’로 재탄생한다. 이들을 기사단 동료로 삼아 총 4명의 소환수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전투 시스템이 기대감을 높였다.

◇ ‘혈맹’ ‘공성전’… “반갑다 리니지!”

▲ 쇼케이스 현장에서 레드나이츠 '점령전'을 시연하고 있다.<시사위크>
가장 주목할 점은 ‘혈맹’ 시스템이다. 혈맹은 리니지 유저들에게는 익숙한 길드의 개념이다. 유저간 끈끈한 유대감에 기반한 팀플레이는 리니지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다양한 이름의 길드전에 팀 형식으로 참여가 가능하다. 모바일RPG게임이면서도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느낌까지 일부 구현해 모바일 게임의 진일보를 이뤄냈다는 평이다.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리니지의 방대한 콘텐츠 중 알짜배기 요소만 골라 담았다. ‘혈맹’ 시스템에 바늘과 실처럼 따라오는 ‘점령전’ ‘요새전’ ‘공성전’ 등이 그것이다. 이 세 콘텐츠는 리니지만의 다차원적 PvP시스템으로 길드 간 단순 전쟁에 그치지 않는다. 리니지의 수많은 영지를 놓고 개인과 개인, 혈맹과 혈맹이 전쟁을 벌이며 게임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린다.

‘점령전’ ‘요새전’ ‘공성전’은 전쟁의 규모에 따라 나뉜다. 소규모 필드 점유율을 두고 벌이는 ‘점령전’, 혈맹원들끼리 수비대를 배치하고 순차적으로 7개의 거점을 격파하는 ‘요새전’ 이후 점유율이 높은 상위 4개 혈맹이 붙는 대규모 전투가 ‘공성전’이다. 최상위 순위를 기록한 혈맹이 진정한 성의 주인을 겨루는 형태인 ‘공성전’은 길드원이 함께 싸우는 느낌을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특별히 실시간 플레이 방식을 차용했다.

리니지의 ‘꽃’으로 불리는 이 세 콘텐츠는 하드코어 유저들을 그대로 흡수하는 매력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집중도와 몰입도가 높은 PC 사용 환경에 비해 변수가 많은 모바일 사용 환경에서 실시간 길드전이 가능할지는 숙제로 남았다. 엔씨소프트 최원석 실장은 “모바일 사용자 환경을 고려해 자동사냥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플레이 환경의 편의성을 위한 선택일 뿐, 게임의 재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동 플레이 기능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서는 인기 게임BJ 등 3명이 무대로 초청돼 즉석에서 레드나이츠 점령전을 펼쳤다. ‘DK’ ‘반반무많이’ ‘반광’ 등 3개 혈맹의 군주 자격을 얻어 행사 참석자들과 함께 점령전 시연을 위한 대결을 펼쳤다. 반광혈맹의 군주는 게임플레이 중 “혈맹원들이 내 말을 잘 안 듣는다. 그쪽이 아니라 반대쪽으로 자리를 옮겨라”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 ‘스마트 커버’ 등 오프라인 ‘아이템’ 눈길

▲ '리니지:레드나이츠' 전용 스마트 케이스.<시사위크>
쇼케이스 현장에서 게임 소개에 이어 가장먼저 소개된 주력 상품은 ‘스마트 커버’였다. 발표를 맡은 UX 기획실 박성종 실장은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통해 스마트 커버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디바이스와 콘텐츠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스마트 커버는 레드나이츠 전용 스마트폰 케이스다. 스마트 케이스를 기기에 장착한 채 레드나이츠를 플레이할 경우 리니지 레드나이츠에서 추가 경험치, 전용 아이템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기기를 보호하는 기존 케이스의 역할에서 벗어나 특별한 사용 환경과 혜택을 제공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온라인 구동게임과 오프라인 기기가 NFC 방식으로 연동돼 게임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방식은 기존 게임 업계에서도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득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케이스에서 시작해 각종 물품에 게임과 연동되는 스마트 성능을 적용해나갈 방침이다.

최원석 실장은 “열쇠나 액세서리 등 추후 다른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물품을 구비해나갈 계획”이라며 “매출에 포커스가 있는 것이 아니라 컨텐츠와 디바이스의 구동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자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구동 가능한 디바이스가 삼성 갤럭시7에지 케이스가 유일하다는 점은 한계로 남았다. 현장에서도 엔씨소프트가 마련한 시연기기는 스마트 케이스가 미리 끼워진 갤7에지가 전부였다. 애플 아이폰, LG전자의 V‧G 시리즈 등 다양한 스마트폰 기기와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 실장은 “삼성과의 협업 계기는 우리가 구현하려는 디바이스 환경을 가장 잘 이해하고 기기 호환이 잘 됐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애플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와의 협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 넷마블 ‘리니지2:레볼루션’ 경쟁구도

▲ 넷마블 '리니지2:레볼루션'(왼쪽)과 엔씨소프트 '리니지:레드나이츠' 공식포스터.<넷마블/엔씨소프트 제공>
기대감이 큰 만큼 여전히 넘어야할 산이 많다. 경쟁사인 넷마블이 리니지2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리니지2:레볼루션’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어 양 사 간 대결구도의 서막이 예고됐다.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와 리니지2 IP제휴 계약을 체결하고 리니지2의 모바일 버전을 자체개발했다. 2003년 출시된 리니지2는 3D구동환경을 배경으로 한 화려한 액션스킬과 그래픽을 특징으로 한다. 넷마블이 만든 ‘리니지2 모바일’이 흥행에 성공할 경우 엔씨는 로열티 수입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리니지’라는 브랜드 파워와 첫 모바일 버전 출시 등 겹치는 요소가 너무 많아 유저가 양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리니지 레드나이츠 출시일이 레볼루션보다 한달가량 뒤처지는 점도 고민이다. 이날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레드나이츠의 출시일을 12월 8일로 확정했다. 넷마블은 리니지 레볼루션을 11월 내 출시할 예정이다. ‘혈맹’ ‘공성전’ 등 레드나이츠와 비슷한 원작의 감성을 계승한 점도 두 게임 간의 차별점을 약화시킨다.

타겟층에 대한 고민도 깊다. 충성도가 높은 기존 유저와 모바일 게임을 주로 즐기는 신규유저 간에 타겟층을 확정짓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리니지가 1998년 출시 이후 18년간 유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만큼, 기존 하드코어 유저들의 모바일 유입을 외면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레드나이츠는 기존 리니지와 다르게 캐주얼한 그래픽을 선보였다. 모바일 특화 신규 유저를 주 타겟층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기존 리니지 유저만 타겟으로 하기보단 모바일 유저층에 친근하게 다가가자는 방향성으로 비주얼은 캐주얼하게 풀었다”며 “폭넓은 고객층을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내년 1분기 중 ‘리니지M’을 출시할 예정이다. 리니지1의 그래픽을 그대로 구현한 정통 모바일 게임이다. 리니지 IP를 이용한 모바일 게임을 연이어 출시해 모바일 시장에도 리니지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엔씨소프트 심승보 상무는 “모바일 시장 진출에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엔씨스럽게 개발하느라 늦었다고 생각하며, 약속한 시간에 멋진 게임으로 고객에 당당히 다가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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