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실 파문에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를 맞이했다. 보폭을 넓히기 좋은 호재를 만났으나 역설적으로 야권통합은 멀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일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청와대는 이미 정국 주도권을 상실했고, 새누리당에서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는 1년을 앞둔 차기 대선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순실 파문의 악영향은 최근 발표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21.2%)은 무려 7.3% 포인트 하락했다. 더구나 이 같은 결과는 최순실 파일이 보도되기 이전인 24일 여론조사도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하면 지지율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보도 이후인 26일 조사에서는 17.5%까지 지지율이 폭락했다.

◇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위기, ‘친박후보’ 반기문에 악재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도 지지율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3.1% 포인트 하락한 26.5%를 기록했다. 이는 총선 패배 직후 지지율 보다 더 낮은 수치다. 지난 주 더불어민주당에게 지지율 1위를 내준데 이어 격차까지 벌어지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의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반기문 총장의 지지율(21.5%)에도 영향을 미쳤다. 등락 폭은 크지 않았지만, 최순실 파문과 함께 3주째 하락세가 계속됐다. 반 총장은 새누리당 소속이 아니지만, ‘반기문 대망론’의 진원지가 다름 아닌 새누리당 내 친박계라는 점에서 영향이 컸다. 정치권에서 반 총장을 친박계가 내세우는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여겨왔던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반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반 총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집권 4년 차에 터진 악재를 회복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친박후보라는 인식이 있는 반 총장으로서는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얘기다. 이에 일부 언론에서는 반 총장 측이 친박계와 거리를 두려한다는 내용의 보도도 나온다. 그러나 반 총장 자신이 직접 입장표명을 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지지율 흐름. 반기문 총장이 새누리당 후보라는 인식이 있어 등락이 비슷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 <데이터=리얼미터>
◇ 각자 승리자신하는 문재인과 안철수, 멀어진 야권단일화

새누리당과 반 총장의 악재에 야권의 두 잠룡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19.7%)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10%)는 나란히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국정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각종 제언을 통해 집권 가능성을 높여갈 수 있는 호기를 맞이했다. 이미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는 ‘거국중립내각’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거국중립내각은 지난 1992년 9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민자당 탈당 후 여야 합의로 구성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야권의 호재가 역설적으로 야권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이 독자출마로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후보 단일화를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3자 대결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고, 국민의당 역시 3자 구도에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국민의당 김영환 사무총장은 “우병우와 최순실, K스포츠 재단 등 권력형 부패가 이번에도 재연됨으로써 이제 새누리당 재집권은 어려워졌다. 바꿔서 얘기하면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아져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또 통시적으로 보면 3당 후보의 출현과 그 가능성이 점증해왔다”며 “이번 대선에서는 3당 후보의 당선가능성과 개연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매일경제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전국 유권자 152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유무선 ARS 및 전화면접, 스마트폰앱조사 방식을 병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 포인트고 전체응답률은 10.4% 포인트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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