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파문의 악영향은 최근 발표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21.2%)은 무려 7.3% 포인트 하락했다. 더구나 이 같은 결과는 최순실 파일이 보도되기 이전인 24일 여론조사도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하면 지지율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보도 이후인 26일 조사에서는 17.5%까지 지지율이 폭락했다.
◇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위기, ‘친박후보’ 반기문에 악재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도 지지율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3.1% 포인트 하락한 26.5%를 기록했다. 이는 총선 패배 직후 지지율 보다 더 낮은 수치다. 지난 주 더불어민주당에게 지지율 1위를 내준데 이어 격차까지 벌어지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의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반기문 총장의 지지율(21.5%)에도 영향을 미쳤다. 등락 폭은 크지 않았지만, 최순실 파문과 함께 3주째 하락세가 계속됐다. 반 총장은 새누리당 소속이 아니지만, ‘반기문 대망론’의 진원지가 다름 아닌 새누리당 내 친박계라는 점에서 영향이 컸다. 정치권에서 반 총장을 친박계가 내세우는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여겨왔던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반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반 총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집권 4년 차에 터진 악재를 회복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친박후보라는 인식이 있는 반 총장으로서는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얘기다. 이에 일부 언론에서는 반 총장 측이 친박계와 거리를 두려한다는 내용의 보도도 나온다. 그러나 반 총장 자신이 직접 입장표명을 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과 반 총장의 악재에 야권의 두 잠룡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19.7%)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10%)는 나란히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국정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각종 제언을 통해 집권 가능성을 높여갈 수 있는 호기를 맞이했다. 이미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는 ‘거국중립내각’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거국중립내각은 지난 1992년 9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민자당 탈당 후 여야 합의로 구성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야권의 호재가 역설적으로 야권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이 독자출마로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후보 단일화를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3자 대결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고, 국민의당 역시 3자 구도에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국민의당 김영환 사무총장은 “우병우와 최순실, K스포츠 재단 등 권력형 부패가 이번에도 재연됨으로써 이제 새누리당 재집권은 어려워졌다. 바꿔서 얘기하면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아져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또 통시적으로 보면 3당 후보의 출현과 그 가능성이 점증해왔다”며 “이번 대선에서는 3당 후보의 당선가능성과 개연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매일경제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전국 유권자 152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유무선 ARS 및 전화면접, 스마트폰앱조사 방식을 병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 포인트고 전체응답률은 10.4% 포인트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