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 일대에서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최순실 게이트 사건이 박근혜 정권을 넘어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의 근간마저 흔들고 있다. 국정운영이 한 명의 민간인에 의해 좌지우지됐다는 의혹이 짙어지면서, 국정의 무한책임을 지는 집권여당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고음은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27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26.5%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28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새누리당은 출범 후 최저치인 26%로 떨어졌다. 갤럽조사에서 새누리당이 1위 자리를 타당에 내준 것 역시 최초다.

◇ 친박계, 봇물 터지는 부정여론 외면… 시간 끌기 전략?

새누리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대책마련에 부심했다. 결과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단절 보다 ‘옹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성태 의원 등 비주류 일각에서는 “순장조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기에는 당 지도부가 다수의 친박계 의원들로 구성됐다는 게 컸다.

동정여론을 자극해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는 한편,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관계를 끊는 게 전략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징후는 친박 중진의원들의 발언에서 그대로 읽힌다.

친박맏형  서청원 의원은 “최순실은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면서도 “대통령이 인사와 내각 쇄신을 통해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도와줄 의무가 있다”고 당부했다. 친박계 정우택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이) 오직 나라와 국민을 위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직무를 수행하고자 최선을 다했으나, 뜻하지 않을 일로 국정운영의 진심과 사랑이 꺾이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며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다. 지켜달라”고 말했다.

추후 반격을 위한 복선도 깔아뒀다. 김진태 의원은 “(최순실이) 남의 테블릿 PC를 갖고 사용했다는 증거도 없고, 어떻게 기자에게 갔는지 아주 불분명한 상황이다. 남의 PC를 가지고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씨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테블릿 PC는 사용할 줄도 모른다”며 자신의 사용한 것이 아님을 주장했다. 시간이 지나 국민적 공분이 잦아들면, 진실게임 양상으로 끌고 갈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 관련 여론조사 결과. 국정개입 의혹이 사실일 것으로 보는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후속대책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리얼미터, 한국갤럽, 에스티아이>
◇ 야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못했던 과거 기억한다”

친박계의 이 같은 전략을 야권은 간파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시작하기 위해는 최소 3~4주의 공백이 있고 수사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 또 1주, 인선에는 2~3주나 걸린다”며 “특조위 활동 범위에 대해 왈가왈부만 하다가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던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 새누리당의 시간끌기에 말려들었다간 최순실 게이트도 값싼 정쟁거리가 되어 진상규명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를 받아들여 특검 논의를 28일 중단했다.

무엇보다 국민적 공분이 어느 때보다 커 친박계의 의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77%가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했을 것으로 봤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42.3%가 하야 혹은 탄핵해야 한다고 답했다. 에스티아이 조사에서는 무려 응답자의 69%가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국회가 대통령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최순실 게이트는) 국민 전체에 수치와 자괴감을 준다. 저런 사람에게 내가 지배를 당했다는 하는 마음에 (국민들의) 자존심이 상했다”며 “수습이 안 되고 앞으로 더 나빠지기만 할 거다. 조기에 사태를 정리하는 방법은 하야이고, 안 된다면 탄핵이라도 해서 (박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키는 게 맞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시각이 컸다. 비주류의 한 의원은 “말로는 위기상황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다소 안이한 시각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면서 “지역에서 피부로 확인한 여론은 역대 어느 때보다 따가웠다”고 전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는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유권자 1033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했고 전체응답률은 20.1%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 포인트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매일경제>의 의뢰로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전국 유권자 152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유무선 ARS 및 전화면접, 스마트폰앱조사 방식을 병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 포인트고 전체응답률은 10.4% 포인트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