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학동로에 위치한 재단법인 미르의 입구.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현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운영을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다수의 대기업들이 거액을 출연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GS건설의 이사회가 도마에 올랐다.

1일 경제개혁연대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기업들의 세부 내역을 공개했다. 50여개 기업에서 총 800억원 가량의 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공개된 기업들 가운데 건설 전문 기업으로는 GS건설과 대림산업 두 곳이 포함됐다. 이들 기업들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각각 7억 8000만원과 6억원을 기부금 명목으로 건낸 것으로 나타났다.

언뜻 사정이 비슷해 보이는 두 기업에서 큰 차이가 발견됐다. 이사진들의 의결을 거쳤는지 여부다. 대림은 이사회 내 위원회의 의결 후 기부금 출연이 결정된 반면, GS건설은 그렇지 않았다. 이러한 차이는 이사회의 구성과 이들을 거쳐 집행하도록 규정한 기부금의 기준이 다른데서 발생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연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총 9명의 이사진으로 꾸려진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해욱 부회장을 포함한 4명의 사내이사와 5명의 사외이사가 활동 중이다.

이사회는 다시 4개의 소위원회로 나뉜다. 보상위원회와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그리고 재무위원회가 그것이다. 개별 기능을 가진 이들 위원회는 이사회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보상위는 등기임원들의 보수 등 보상수준을 결정한다. 감사위는 사내의 업무를 감시하며 내부를 통제하는 기능을 한다. 법률과 세무 부분을 꼼꼼히 들여다봐야하는 만큼 위원들의 면면 또한 주로 변호사와 검사 등을 역임한 법조인이 포진해 있다. 사추위는 매년 2월 위원회를 열고, 사외이사에 적합한 후보를 선정해 주주총회에 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재무위는 돈이 드나드는 일을 도맡는다. 해외법인 개설이나 유상증자 참여여부, 준공계약 체결 승인 여부 등이 여기서 결정된다. 기부금 출연도 재무위의 의결을 거쳐야 가능하다. 4개의 이사회 내 위원회 가운데, 기업 경영에 관한 실질적인 얘기가 논해지고 결정되는 자리인 셈이다.

대림산업과 비교했을 때 GS건설의 이사회 시스템은 단출하다. 이사회 안에 2개의 위원회를 뒀을 뿐이다. 감사위와 사추외가 전부다. 지출을 관장하는 재무위와 보상위가 없다. 재무위가 부재하다 보니 미르·K스포츠 같은 민간 재단에 억대의 돈을 지불할 때도 이사진들의 검증을 거치지 않는 일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GS건설의 기부금 출연이 불투명하게만 집행되는 건 아니다. 일정 금액 이상일 경우에는 이사회를 거치도록 돼 있다. GS건설은 자본금의 2.5%인 80억원 이상을 그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같은 기준선은 다소 높다는 지적이다. 이 역시 대림산업과 비교했을 때 그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대림산업은 20억원 이상이 기부금으로 나갈 경우 이사회 집행이 이뤄지도록 사내규정을 마련했다. 기준선인 20억원은 이 회사 자본금의 10%에 해당하는 액수다.

20억원을 하회하는 액수에 대해서도 보완 장치가 마련돼 있다. 5억이상 20억원 미만의 기부금은 이사회 재무위 의결을 거친다. 6억원을 출연한 미르·K스포츠 재단의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5억 미만의 기부금은 각 본부장 승인이 있어야 한다.

GS건설 관계자는 “이사회 구성은 기업마다 상이해 옳고 그름의 문제가 될 수 없다”며 “재무위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기부금 출연은 세무처리가 되는 부분인 만큼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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