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광옥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이 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우승준 기자] 한광옥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의 역대 비서실장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암울한 임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이원종 전 비서실장과 허태열 전 비서실장 등은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청와대를 떠났다.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허수아비 비서실장에 불과할 것’이라며 질타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3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평생 신념으로 살아온 ‘화해와 포용의 가치’를 바탕으로 어려운 시기에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광옥 신임 비서실장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한광옥 신임 비서실장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4선 의원이다. 그는 김대중 정부 당시 권력형 비리 의혹인 이른바 ‘옷 로비 사건’ 정국을 수습한 경험이 있다. 때문에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얼룩진 현 정국도 정상화시켜줄 것으로 청와대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 비서실장은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을 잘 모시겠다”며 청와대 부름에 화답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야권의 시각은 청와대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한 비서실장이 ‘허수아비’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야권의 전반적인 주장이다.

우선 박근혜 정부의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 4명(허태열·김기춘·이병기·이원종) 중 허태열·이원종 전 비서실장은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했다. 또 국정원장 출신인 이병기 비서실장은 ‘청와대 왕따설’이라는 풍문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달리 말해 박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중요하게 인지하지 않는다는 얘기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비서실장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증빙은 또 있다. 대통령은 공석이 된 비서실장보다 민정·홍보수석의 교체를 먼저 단행했다. 지난달 30일 청와대는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을 민정수석에, 배성례 전 국회 대변인을 홍보수석에 각각 내정했다. 이후 이원종 전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한 비서실장을 임명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대통령비서실의 소속 공무원을 감독하는 자리다. 비서실장 임명 후 수석비서관을 임명하는 게 일반적인 관례인 셈이다. 

한 비서실장 내정 후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같은 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 비서실장은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에 전격 합류한 분”이라면서 “말 갈아타듯 당을 갈아타신 분이다. 이런 분을 얼굴마담 비서실장으로 내세운 것은 대통합 코스프레로 국민을 기만하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금 대변인은 이어 “국정공백은 긴급불통인사로 수습 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은 자기 입맛에 맞는 허수아비 비서실장을 기용하는데 국민을 이용하지 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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