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대표실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를 예방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한광옥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했다. 한 실장과 박 위원장은 모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동교동계’를 대표하는 동갑내기 두 정치인의 만남은 어색함 속에서 원론적인 이야기만 오간 채 10분 만에 끝났다.

한 실장은 이날 예방에서 “아주 엄중한 시기에 국정을 맡게 돼서 아주 (책임이) 무겁다”면서 “앞으로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일을 해나가는데 (박 위원장에게) 많은 도움을 요청하고 지도도 받아야하는 입장에 있다”고 박 위원장을 예우했다.

박 위원장도 “잘 아시다시피 우리 한 실장과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고 오랫동안 정치를 했고 제가 수석 때 실장님으로 관계가 깊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뭐 정반대의 입장에 있으니까…”라며 “그러나 그 우정은 지키면서 각 입장은 입장대로 존중을 하면서도 국가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할 일은 제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오늘 대통령 대국민사과에 대해서도 온도차이가 있으니까 더 큰 발전을 위해서 서로 협력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는다”고도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 한 실장을 꾸짖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이 한 실장을 향해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까지 지낸 분이 총리로 갔으면 갔지 비서실장으로 간 게 웬말이냐”고 질타했다고 손금주 대변인이 전했다. 박 위원장의 ‘쓴소리’에 한 실장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고 난감한 표정을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은 당초 한 실장이 예방 자리에서 여야 3당 대표와 대통령의 영수회담을 제안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날 그런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변인은 “한 실장은 박 위원장에게 김병준 총리 내정자와 관련해서 협조를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김병준 총리 지명을 철회하거나 본인이 사퇴하는 게 답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탈당한 이후 3당 영수회담에서 협의해서 새로운 총리를 임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손 대변인은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