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증권가에서 부활한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분할 시나리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SK그룹은 여전히 '사실무근'이란 입장이고, 일각에선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낸다. 하지만 최 회장의 SK 지분율 하락은 2%에 그칠 것이란 추정치도 나오면서 분할설에 여전히 불씨를 지피고 있다.

◇ SKT-SK하이닉스 분할가능성 왜?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분할 가능성은 모회사 SK텔레콤보다 SK하이닉스의 덩치가 더 커졌다는 것도 한 몫을 하지만, 그보다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기에 힘든 구조라는 점에서 힘을 얻는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손자회사로, 공정거래법상 자회사를 갖기 위해선 그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이는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M&A 등을 추진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한다. 비상장회사가 아닌 이상 지분 100% 매수는 힘들기 때문이다.

SK그룹에 합류한 SK머티리얼즈의 전신 OCI머티리얼즈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OCI머티리얼즈는 반도체용 특수가스 생산업체다. 지난해 49.1%의 지분을 (주)SK가 매수하며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로 수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렸음에도 관련 사업 확장에 사용하지 못한 셈이다.

당시 이 같은 이유 등으로 분할, 신설법인과 SK의 합병설이 제기됐지만, SK는 지난해 11월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하며 일단락 됐다.

▲ SK그룹 지배구조 현황.<하나금융투자>

◇ 증권가 “최태원 회장 지분, 큰 변동 없을 것”

분할설이 다시 고개를 든 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열린 그룹 CEO세미나에서 “일부 계열사들은 중간 지주회사 전환을 목표로 하라”라고 발언한 사실이 전해지면서다.

SK그룹은 여전히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경제민주화법과 맞물리면서 증권가에선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자사주에 대한 분할 신주배정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민주화 법이 통과되면 지주사 전환을 통한 재벌들의 지배력 강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나온 시나리오 중 가능성이 높은 방안은 SK텔레콤을 투자부문(가칭 홀딩스)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하고, 홀딩스를 SK가 흡수·합병하는 것이다. SK텔레콤을 두 개의 상장사로 인적분할 해 상장된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하는 안도 있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SK의 손자회사가 돼 공정거래법상의 증손자회사 규제를 받게 된다”며 “중간지주회사의 수익원은 자회사들의 배당이 유일해 M&A의 주체로 제약이 따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SK와 홀딩스를 합병하게 되면 최태원 회장의 SK에 대한 지분이 희석될 우려가 있기에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보낸다.

그러나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SK는 자사주를 20.7%나 소유해 합병 과정에서 주식 교환여력이 풍부하다”며 “SK가 보유 중인 SK텔레콤 지분 25.2%는 주식소각 등의 방식을 통해 지배력 유지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할비율을 홀딩스 31대 텔레콤 69, 교환비율은 약 1대 1.03으로 가정해 추정한 결과, 합병 후 최 회장의 지분율은 2% 하락에 그친 28.9%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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