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생명 등 삼성금융 계열사가 미르·K스포츠 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삼성생명이 ‘최순실 리스크’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것과 관련, 각종 의혹이 증폭되고 있어서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의 추진 움직임이 일면서 삼성의 지배구조작업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기뻐하긴 어려운 분위기다.

◇ 거액 자금 출연 배경 놓고 의문 증폭

‘미르·K스포츠 재단’ 기업별 자금 출연 현황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재단에 55억원을 출연했다. 전체 삼성그룹의 총 출연액(204억원)의 27%에 해당되는 규모다. 또 다른 금융 계열사인 삼성화재(54억)의 출연액과 합치면, 109억원에 달한다.

재계에선 삼성의 금융사 2곳이 유독 거액의 자금을 출연한 배경에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금융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한화생명(10억) 등 3곳뿐이다.

하지만 삼성 금융사들은 자금 출연 배경과 과정에 대해서 철저하게 입을 다물고 있다. 그룹의 의사 결정에 따라 ‘분담’을 했을 것이란 관측에 대해서도 “뭐라 말하기 어렵다”는 답만을 되풀이 할 뿐이다. 금융당국이 자금 출연 경위에 대해 소명을 요구한 지도 한달 가까이 됐지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종 의혹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재계에선 삼성이 거액의 자금을 출연한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비선실세’ 논란을 산 최순실 씨의 자녀인 정유라 씨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만큼, 이번 자금 출연 역시 “순수한 기부”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삼성의 주요 금융사의 자금 출연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선 지배구조개편 작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지원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작업의 핵심 축 중 하나다. 그간 시장에선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두는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금융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선 금융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비상장사는 50% 이상)을 보유해야 하고 최대주주를 지위를 갖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올해부터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속속 매입하면서 이러한 요건을 갖추는 작업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은 여러 걸림돌이 있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6.5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행 지주사 관련 법상 금융계열사는 비금융 계열사의 최대주주이면 안 된다.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되는 것. 삼성전자 지분 4.25%를 보유한 삼성물산이 해당 지분을 사들여 지배력을 강화하면 되지만, 문제는 수조원에 달하는 매입 금액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19.34%도 문제다.

◇ 지주사 전환 개편 작업 여전히 '안갯속'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년째 표류하고 있는 ‘중간지주회사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이 법안은  일반지주회사가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설치해 금융 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19.34%를 처분하지 않아도 된다. 이 경우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0% 가량을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 법안은 19대 국회에 발의됐지만 특정 기업 봐주기 논란이 일면서 무산됐다. 삼성이 큰 수혜를 입는다면 점에서 ‘특혜 시비’도  불거졌다. 이에 일각에선 이같은 법안의 재추진을 위해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가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물론 삼성생명 측은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아직 지배구조개편 방향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억측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중간지주사법 개정안 도입 논의는 최근 재개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국회 통과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정 대기업에 유리한 제도라는 부정적 여론이 여전한데다, 현 정치 국면에선 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서다. '최순실 리스크'로 현 정부의 국정 운영은 사실상 마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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