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창수 전경련 회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그런데_최순실은?” 이른바 ‘최순실 사태’의 실체가 지금만큼 드러나기 전, 각종 SNS와 온라인을 통해 번진 말이다. 최순실이 일련의 사태의 핵심 몸통이라는 시민들의 ‘합리적 의심’을 보여준 말이었다.

이 의심은 태블릿 PC 등 각종 증거의 증언의 등장,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인정과 사과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최순실 사태의 후폭풍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다. 워낙 초유의 사태인 탓에 얼마나 큰 후폭풍을 몰고 올지, 얼마나 오랫동안 후폭풍이 이어질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물론 이번 사태에 상당 부분 연루된 것으로 나타난 경제계도 서늘한 긴장감에 휩싸여있다.

이 시점에 묻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다. “그런데_허창수는?”이다.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은 최순실 사태의 핵심 징검다리 중 하나였다. 그들이 전폭 지원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결과적으로 최순실의 실체를 밝히는 문이 됐다. 전경련이 재계의 돈을 걷어 두 재단에 바친 돈은 무려 774억원에 달했고, 그 과정은 온통 비정상으로 가득했다.

비록 지금은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더 많은 시선이 쏠려있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정경유착’의 어두운 단면 역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심각한 문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전경련이 있었다는 점 또한 어물쩍 넘어갈 수 없다. 경제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해야 할 전경련은 이번 사태에서 재계의 ‘모금책’으로 전락했다. 경제위기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던 전경련이 요 근래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를 초래한 꼴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인해 두 차례 대국민 사과의 뜻을 밝혔다. 내용과 진정성에 여전히 논란이 남아있지만, 어쨌든 두 차례 사과를 했다.

하지만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전경련이 이번 사태에 있어 부적절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더 이상 ‘의혹’ 수준이 아니다. 실무를 담당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도 말을 바꾸면서까지 청와대의 지시를 인정했다.

허창수 회장은 자신이 수장을 맡고 있는 전경련에서 벌어진 부정에 대해 사과해야 마땅하다. 자신이 모금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하더라도, 최소한 전경련을 ‘모금책’으로 전락시킨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사과의 대상엔 국민 뿐 아니라 상처를 입은 전경련 회원사의 일원 모두가 포함된다.

그러나 허창수 회장은 최소한의 해명이나 입장 표명조차 없는 모습이다. 오히려 사과를 최대한 회피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이 대표적이다. 전경련 공식행사에 참석한 그는 몰려든 기자들을 피해 ‘뒷문’을 이용했다. 음식을 나르기 위해 이용되는 문이었다. 침묵하겠다는 허창수 회장의 굳은 의지가 느껴진다.

대통령도 두 번이나 사과한 마당에 ‘사과 도피’에 급급한 허창수 회장. 더 이상 그가 실기와 오판을 하지 않길 바란다. 이번 사태를 향한 국민들의 분노는 단순히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만을 향한 것이 아니다. 초유의 사태가 가능하도록 만든 시스템과 그 안에서 정의를 잊고 자신의 이익만 쫓은 기생충들 모두를 향한 분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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