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부회장)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대리점주들에게 ‘싸게 팔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각서’를 작성하게 했다. 싸게 판매하다 적발되면 제품 공급을 중단했고, 판매를 감시하기 위해 별도 팀도 구성했다. 목표를 설정해 이를 달성하지 못한 대리점에는 판매장려금 등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재고 부담은 대리점에 떠넘겼다. 이렇게 얻은 이익은 지난 4년간 8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동반성장 최우수기업’으로 인정받은 ‘CJ제일제당’ 얘기다. 공정위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그동안 CJ제일제당이 벌여온 행태를 감안하면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 ‘동반성장 최우수기업’의 두 얼굴

CJ제일제당의 ‘갑질’은 상식을 넘어선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2011년부터 2014년 사이에 전국 400여개 식품대리점 및 온라인대리점과 설탕, 햇반, 스팸, 장류, 식용유, 액젓 등 12개 품목을 거래하며 슈퍼 등 거래처에 대한 할인판매를 금지하고, 정해진 영업구역 밖에서의 거래를 제한했다.

싸게 판매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별도 팀을 꾸려 운영하기도 했다. 저가 판매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온라인 대리점에 제품 공급을 중단시켰고, 나아가 ‘싸게 팔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까지 쓰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경쟁을 차단하고, 정해진 가격보다 싸게 팔지 못하도록 통제해 온 것이다. 공정거래법 23조는 ‘거래 상대방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불공정 행위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비용을 전가하기도 했다. 재고 부담도 대리점에 떠넘겼다.

CJ제일제당이 4년간 대리점에 불법행위를 강요하며 거둔 총 매출액은 8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CJ제일제당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조사에 마치고 지난 6일 ‘과징금 10억원’의 최종제재수위를 발표했다.

문제는 CJ제일제당의 갑질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3년전인 지난 2013년에도 대리점주들은 CJ제일제당의 갑질을 폭로한 바 있다. 당시 CJ제일제당은 사과했고, 대리점주들은 한발 물러섰다. 공정위 신고도 취하해 사태는 해결됐다.

하지만 3년여가 지난 현재, CJ제일제당은 달라진 게 없었다. 지난해엔 ‘동반성장지수 최우수 평가기업’으로도 선정됐다. CJ제일제당이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 등과 상생을 잘하고 있다는 일종의 ‘인증’이었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는 달랐다. ‘동반성장 최우수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자격이 있는 지 논란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 CJ제일제당.
◇ 김철하 대표 자격론 일파만파  

사정이 이쯤되면서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부회장)에 대한 자격론까지 거세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김철하 대표가 취임한 지난 2011년 이후 CJ제일제당의 실적은 날개를 단듯 상승세가 지속됐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5.1% 늘어난 3분기 영업이익 1861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김철하 대표는 이재현 회장 공백기에 CJ제일제당의 경영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는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9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CJ제일제당 창사이래 처음으로 로열패밀리가 아닌 샐러리맨으로 부회장까지 올라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갑질 논란으로 김 대표가 이룬 성과는 적잖이 빛이 바라게 됐다.

CJ제일제당 측은 그러나 “식품 대리점의 영업구역을 제한하거나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CJ제일제당은 “공정위가 적시한 사례들의 경우, 식품대리점들간의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협의를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한 사례이거나, 온라인대리점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경우 온라인대리점이 당사와 협의된 행사기간이 끝난 뒤에도 행사가격으로 판매한 경우 등 경쟁 제한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의 식품 대리점들은 지역제한 없이 자유롭게 거래처를 확대하고 전환했으며, 온라인상에서도 당사 제품의 가격은 당사 기준가격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변동한 것이 자료들을 통해 입증됐다”며 “공정위가 당사에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심사보고서에서 제시한 사례들 중 어떤 사례가 구속력이 있었는지, 또 그로 인해 어떤 상품들이 어느 기간 동안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입증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를 객관적으로 산정하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본 건은 관련 매출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로서, 과징금고시에 따른 정액과징금 부과 대상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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