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명관 마사회장이 최순실 사태의 핵심인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순실 사태’가 광범위한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는 가운데, ‘원로 친박’ 현명관 마사회장이 검은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최근 현명관 마사회장을 ‘국회 위증죄’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각종 특혜 논란의 주인공인 최순실 딸 정유라와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김현권 의원이 지적한 부분은 지난달 13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나온 현명관 회장의 답변이다. 당시 현명관 회장은 “‘정유라 올림픽 메달 따기 프로젝트’ 중장기 로드맵 작성 초기에 마사회가 참여했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한 정유라를 위해 박재홍 전 마사회 승마감독을 파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천만의 말씀”이라며 부인했다.

하지만 현명관 회장의 답변과 전면 배치되는 증언이 나왔다. 박재홍 전 감독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순실 측근으로부터 현명관 회장이 오케이 했으니 독일로 오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마사회가 문제의 ‘중장기 로드맵’의 초안을 작성한 정황도 포착됐다. 해당 문건 ‘지은이’ 항목에 마사회를 뜻하는 ‘KRA’가 적혀있었던 것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최순실과 현명관 회장의 관계에 대한 증언이다. 박재홍 감독은 “최순실과 현명관 회장이 전화 통화를 하는 관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정유라 전폭 지원한 삼성-마사회, 공통점은 ‘현명관’

마사회는 8일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발표하고 즉각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사태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최순실 사태 전반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날 삼성그룹과 마사회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삼성과 마사회는 정유라 특혜 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곳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현명관 회장은 ‘최고권력’의 최측근으로서 거칠 것이 없었다. 지난달 6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대한 부실한 답변태도로 정회 사태를 빚었다. 또한 마사회는 용산 화상경마장 논란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야당 국회의원, 심지어 국무총리조차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고,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농식품부 등 정부 부처의 처분 및 지시도 잘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가 전혀 다른 국면으로 흘러가면서 현명관 회장의 입장도 난처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의 핵심 줄기 중 하나인 ‘정유라 특혜 지원 논란’에 연루된 삼성과 마사회는 공교롭게도 ‘현명관’이라는 교집합을 갖고 있다.

현명관 회장은 과거 삼성물산 회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냈을 정도로 삼성그룹 내에서 영향력이 컸다. 삼성을 떠난 뒤에는 정치권에도 문을 두드렸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의 일원으로 주목받았다. 친박의 대표주자답게 2013년 12월 마사회장 자리를 꿰찼고, 이후 삼성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마사회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주요 인사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된 인물이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현명관 회장이 최순실과 삼성을 잇는 다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삼성의 정유라 지원은 보통 기업들의 수준을 뛰어넘을 뿐 아니라, 수상한 점투성이다. 특히 양측을 잇는 ‘연결고리’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이 부분에서 현명관 회장이 핵심 퍼즐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타이밍’이다. 현명관 회장의 임기는 다음달 4일까지로,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당초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연임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 말년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마사회 역시 한동안 수장 공백 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순실-박근혜 대통령-삼성-마사회로 이어지는 큰 그림이 그 실체를 드러내기까지 현명관 회장과 마사회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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