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엘게임즈 기대작 '문명온라인'이 서비스 중단된다.<엑스엘게임즈 제공>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엑스엘게임즈의 ‘문명온라인’이 ‘운명’했다. ‘악마의 게임’으로 불리는 ‘문명’ IP를 두고도 서비스 종료라는 굴욕을 맛본 것이다. 여기에 첫 모바일 RPG 게임 ‘브레이브스’도 이달 중으로 서비스 중단을 앞두고 있다. 사실상 서비스하는 게임이 1개밖에 남지 않아, 기업공개를 추진 중인 엑스엘게임즈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는 지적이다.

◇ 12월 ‘문명온라인’ 11월 ‘브레이브스’… 줄줄이 서버중단

시드마이어의 문명 시리즈는 소위 ‘악마의 게임’이라 불린다. 플레이를 시작한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음날 아침이더라는 우스갯소리는 유저들에겐 기정사실화돼있다. 이에 ‘운명하셨습니다’를 패러디한 ‘문명하셨습니다’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할 정도로 문명의 중독성과 파급력은 시리즈 5까지 이어졌다.

엑스엘게임즈는 작년 12월 판권을 가진 북미 퍼블리싱 업체 ‘2K게임즈’와 계약을 맺고 ‘시드마이어의 문명’ IP를 활용한 게임을 개발했다. 문명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PC게임 ‘문명온라인’을 야심차게 출시한 것이다. 개인플레이 중심이던 문명을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로 재해석했다는 소식은 국내 게임팬들의 기대를 한껏 고조시켰다.

그러나 ‘문명온라인’이 국내 출시된 지 불과 1년. 흥행참패로 인한 국내서버 중단 소식이 들려왔다. 2일 엑스엘게임즈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문명온라인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다. 다음달 7일을 기점으로 국내서버를 잠정 종료할 계획이다.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는 “게임 플레이를 보완하는데 집중해 잠재력 있는 문명온라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엑스엘게임즈 ‘문명온라인’은 원작과 달리 ‘세션제’라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대중성을 잡는데 실패했다. 하루 2회 진행되는 대규모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장시간을 게임에 투자해야 하는 등 불편사항이 생겨났다. 2~3시간 씩 기다려야 하는 접속 대기열도 서비스 초기 대표적 결함으로 나타났다. 뒤늦게 보완작업이 이뤄졌으나, 이미 신규유저 영입의 골든타임은 놓친 후였다.

흥행참패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게임트릭스 기준 문명온라인의 PC방 점유율 순위는 출시 초반 30위권에 들며 순항했다. 이후 순위가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다 현재는 160위 바깥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고 있다.

문제는 엑스엘게임즈의 첫 모바일 RPG ‘브레이브스 for kakao’도 서비스 중단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문명온라인’보다 열흘 앞선 이달 28일 서비스가 전면 종료된다. 지난 4월 26일 출시한 이후 약 7개월만에 실패다. 사전등록에만 70만명이 몰렸으나 출시 후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30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서비스 중단 대열에 합류했다.

◇ 게임서비스 ‘아키에이지’ 유일… 연내 상장 ‘빨간불’

▲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뉴시스>
엑스엘게임즈가 연내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작의 부진은 뼈아프다. 작년 말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2016년 엑스엘게임즈 상장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상장에 속도를 내기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최관호 전 네오위즈게임즈 대표를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영입한 것이다. 당시 엑스엘게임즈 측은 “회사의 미래 성장과 기업 전략 및 사업부문을 강화하고 회사의 재무 및 마케팅 역량을 높여 향후 진행할 IPO를 통해 공개회사로서 체계를 갖추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당한 기대를 걸던 ‘문명온라인’의 성공이 무산되면서 자본부담이 가중됐다는 지적이다. 5년간 문명온라인을 개발하면서 쏟아 부은 투자금은 400~500억원에 달했다. 손실분 만회를 위해서는 ‘문명온라인’의 흥행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이다.

신규 매출원 없이 대형 온라인게임을 수년간 개발하느라 회사의 재무건전성은 바닥을 보였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말부터 작년 말까지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6년째 계속되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엑스엘게임즈의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539억원에 접어들었다.

현재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에이지’로만 서비스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엑스엘게임즈가 ‘시드마이어의 문명’이라는 킬링콘텐츠 IP를 가지고도 흥행에 실패해 투자자들이 개발력을 의심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뚜렷한 흥행작을 내 부진을 만회하기 전까지 연내 IPO는 무리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명 시리즈의 ‘본가’인 K2가 지난달 문명 시리즈6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은 점도 엑스엘게임즈의 고민을 깊어지게 한다. 현재 문명6는 출시 2주만에 판매량 100만부를 돌파하며 초반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엑스엘게임즈 또한 문명온라인의 불편사항을 보완해 재출시를 노린다는 입장이지만 같은 문명 IP를 두고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해 국내 재서비스에는 한참의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엑스엘게임즈는 다수의 모바일 게임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기소설의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신작 게임 ‘달빛조각사’ 등 모바일게임 3종이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만화원작의 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와 ‘리니지’ 등을 탄생시킨 송재경 대표가 직접 개발에 참여하는 등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위한 엑스엘게임즈의 잰걸음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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