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은 친인척 비리 근절을 위해 특별감찰관제도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특별감찰관제도는 실패했다.”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의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의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친인척 비리 근절을 강조했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역대 정권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신동욱 총재는 “특별감찰관제도 또한 최순실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최순실 씨가 감시 카메라를 대통령의 친인척으로 돌린 뒤 시선이 닿지 않은 곳에서 각종 비위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 그가 현 정권에서 “박근령을 희생양 삼았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근령 전 이사장은 지난 7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으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발당했다.

◇ 박근령, 사기 혐의 벗어나나… 올케의 구설수는 여전

신동욱 총재는 8일 기자와 통화에서 “개인 채무관계를 사기로 부풀렸다”면서 “지금까지 검찰 측의 연락을 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평소 알고 지낸 지인에게 2014년 4월 1억원을 빌려 5500만원을 갚고 4500만원을 갚지 못한 상태였으나, 차용증 작성과 연 5%의 이자 지급 조건을 제시한 사례를 들어 “사기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남은 빚을 정리했다. 따라서 신동욱 총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박근령 전 이사장은 여전히 언론 매체들과 거리를 뒀다. ‘최순실 게이트’로 세상이 떠들썩한 만큼 “지금은 가족의 도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동욱 총재는 “게이트가 터지기 전까지 세상 사람들은 박근령을 언니를 망친 이상한 여자로, 박지만은 마약쟁이로 봤다”면서 “이제와 보니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최태민에게서 언니를 구해달라는 탄원서를 쓸 정도로 상황 인식이 정확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자칫 말실수라도 하게 되면 모든 책임의 화살이 박근령에게 쏟아질 게 뻔하다”고 판단해 말을 아끼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근령 전 이사장의 생활고도 여전하다. 그는 특별한 수입원이 없는 상태다. 신동욱 총재는 얼마 전까지 부산의 한 공사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으나 세간의 시선을 우려한 회사 측이 퇴사를 권유했다. 돈벌이가 신통치 않은 셈이다. 빚만 늘었다. 2007년 이후 육영재단 운영과 관련된 수십 건의 소송에서 패하면서 8억원가량 채무를 지게 됐다. 파산신청을 고민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신동욱 총재는 “파산신청이라도 해야 박근령이 돈이 없다는 사실을 믿어주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사기 혐의를 받았으나 해당 채무관계를 정리해 사건 종결이 예상된다. 반면 올케 서향희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의혹은 여전하다. <뉴시스>
이와 달리 박지만 EG 회장은 상당한 재산가다. 지난 대선 당시 알려진 재산만 1000억원대에 이른다. 문제는 그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에게 발생했다. 대선을 앞둔 2012년 변호사를 휴업하고 육아에 전념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른바 ‘철거왕 이금열’ 사건 수임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향희 변호사는 2013년 1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에게 법무법인 세한을 소개해주고, 사건을 담당한 수원지검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수원지검장은 현 김수남 검찰총장이다.

이에 대해 서향희 변호사는 ‘뉴스타파’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관련 내용의 일정 부분을 인정했다. 친분이 있던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의 부탁으로 사건을 세한에 소개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수남 총장을 만난 일은 없다는 것. 세한의 대표변호사인 송영천 변호사는 서향희 변호사의 사법연수원 시절 은사이자 한때 같은 법무법인(새빛)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서향희 변호사는 5억원의 수임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는 관련 기사만으로는 변호사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 구속된 사촌형부, 인사청탁 의혹까지 제기돼

결국 서향희 변호사는 재개업을 신고하고 서울 청담동 자택 인근에 변호사 사무실을 냈다. 국민대 글로벌 창업벤처대학원 객원교수로 임용돼 지난 1학기에는 강단에 서기도 했다. 작가로서의 변신도 준비 중이다. 그는 가칭 ‘망하지 않는 창업 119’라는 책을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4년여 만에 사회 활동을 재개한 셈. 그러나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엔 ‘최순실 사태’에 따른 세간의 이목이 부담이다. 앞서 박지만 회장은 지인들에게 “창피하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인 윤석민 전 한국국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구속됐다. 2013년 경남 통영 참솔토건 비리 혐의로 당시 지명수배 중이던 황인자 씨로부터 사건 무마 명목으로 5300만원을 받은 혐의다. 하지만 급성 심근경색 진단을 받아 내년 1월15일까지 구속집행정지 상태다. 최근엔 인사청탁 의혹까지 제기됐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윤석민 전 의원은 2012년 12월 당시 농협중앙회의 축산경제부분 대표 이사 A씨로부터 차관직 요구와 함께 5000만원을 받았다. 해당 사건에 대해 검찰이 파악 중에 있으나, 윤석민 전 의원의 건강 악화로 실제 조사를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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