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림당이 오너2세 편법승계 의혹에 휩싸였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상관 없음.<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아동도서 전문 출판 업체 ‘예림당’이 내부 지분 확보를 통한 오너체제 입지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내부지분율의 꾸준한 상승과 비례해 오너 지배력이 강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강력한 오너 체제 구축의 이면에 가려진 계열사 리스크 가중은 숙제로 제시됐다. 강화된 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리스크 떠넘기기 등 편법 승계에 대한 의혹이 거세다.

◇ 오너 일가의 계열사 영향력

예림당은 1973년 설립된 아동 도서 전문 출판 업체다. 국내 그림책 개발과 창작동화 출판을 통해 어린이 단행본에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초등학습만화 ‘Why?’ 시리즈는 50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달성하며 예림당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예림당의 지배구조는 오너일가인 나춘희 회장과 그 자녀들이 정점에 서있다. 창업주인 나 회장은 장남 나성훈 대표와 차남 나도연 씨를 슬하에 두고 있다. 나춘호 대표가 지분 31.47%로 최대주주에 올라있고, 이어 장남 나성훈 대표 9.63%, 부인 김순례 6.29%, 차남 나도연 3.15% 등 오너일가의 입김에 의사결정이 좌우되는 구조다.

예림당의 6개 계열사에도 오너일가의 실질적 영향력이 미친다. 예림당이 평균 9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부문 자회사인 예림아이, 예림디지털, 예림물류유통, 예림엠앤비, 와이스쿨 등에는 지분 100%, 나라교육에는 99.60%를 확보했다. 눈에 띄는 계열사는 ‘티웨이홀딩스’다. 예림당은 반도체 관련 업체인 티웨이홀딩스 지분을 58.43% 보유하고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더 깊이 들어가 보자. 티웨이홀딩스는 국적 저비용항공사 티웨이항공의 지분 81.0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예림당은 2013년 티웨이홀딩스를 통해 티웨이항공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나성훈 대표 또한 티웨이홀딩스 지분을 2.24% 가지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이 63.91%에 달해 ‘티웨이홀딩스-티웨이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분구조 꼭대기에 오너일가가 올라있는 셈이다.

예림당의 문어발식 경영과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는 결국 자회사 지배구조 악화의 문제로 이어졌다. 한국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티웨이홀딩스는 지난해 지배구조 평가에서 최하점인 D등급을 받았다. 지배구조원은 매년 기업을 7단계(S·A+·A·B+·B·C·D)로 분류해 평가하고 있다. D등급 업체에 실직적인 불이익은 없지만, 주식시장에서 장기적 투자대상으로의 신뢰성을 의심받게 된다.

한국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지금 당장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D등급을 받은 기업은 비경영상의 위험요소가 타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라며 “잠재적 위험요소나 오너일가 관련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에 안정적 장기투자 대상으로는 고려가 필요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예림당 기업집단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계열사 리스크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 오너2세 ‘일감 몰아주기’에 ‘부실기업 털기’까지

▲ 예림당 오너2세 나성훈 대표.<뉴시스>
예림당은 최근 오너 2세로의 경영권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창업주 장남인 나성훈 대표가 예림당 지분 2순위에 올랐고, 핵심 계열사인 티웨이항공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점에서 경영일선에 한 발을 내딛었다는 분석이다.

승계작업 중 불거진 나 대표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거세다. 아버지 회사인 예림당과의 거래를 통해 부를 가져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예림당은 나 대표의 개인회사인 ‘예림문고’ 등과의 기타특수관계자 매입거래량이 18억4208만원에 달했다. 최근 7년간 몰아준 거래량은 171억원에 달한다는 지적이다.

예림당은 어린이 교육만화책인 ‘Why?’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은 거래량 증가로 분석했다. 예림당 관계자는 “어느 출판사던 자사 책을 직접 팔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장남인 나성훈 씨 또한 이런 취지에서 서점 ‘예림문고’를 세웠다”며 “와이 시리즈는 어느 서점에서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는데 이를 두고 일감몰아주기라고 하면 모든 서점에 다 일감을 몰아준 격”이라고 밝혔다.

부실법인을 계열사에 떠넘긴 정황도 논란을 가속화시킨다. 티웨이홀딩스는 2014년 1월 부채비율이 500% 이상을 기록한 ‘한국화천’과의 흡수합병을 추진했다. 당시 ‘한국화천’의 최대주주는 예림당 오너2세 나성훈 대표와 현 티웨이홀딩스 대표인 황정현 대표였다. 각각 지분을 절반가량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국화천 지분을 티웨이홀딩스에 넘기고 합병 대가로 홀딩스 신주 66만4938주를 받았다.

부실기업을 떠넘기면서 최대 수혜자로 떠오른 것은 나성훈 대표였다. 계열사 리스크를 털어내고 당시 티웨이홀딩스 지분을 첫 보유하면서, 티웨이항공의 상장에 따른 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됐다.

예림당 관계자는 “한국화천이 중국에서 물품을 수입해 유통하는 구조라 매입채권이 많이 잡혀 부채비율이 많아보였을 뿐, 사실상 부실기업이 아니다”라며 “순 금융부채는 많지 않고, 오히려 납품하면서 받아야할 매출채권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당시 적자에 시달리던 티웨이홀딩스가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다각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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