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현명관 마사회장의 연임이 무산됐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원로 친박’ 현명관 마사회장이 끝내 자리보전에 실패했다. 이제 최순실 사태 후폭풍이 몰고 올 거대한 파도 앞에 서게 된 현명관 회장과 마사회다.

◇ “현명관 연임 불가 통보받아”

마사회를 산하에 두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청와대로부터 현명관 마사회장의 연임 불가 방침을 전달받고, 이를 마사회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마사회 측 역시 15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연임불가 방침을)공문 형식으로 전달받은 것은 아니고, 구두로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후임 인선 절차에 돌입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현명관 회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4일까지다. 당초에는 연임이 유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현명관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자문모임인 ‘7인회’ 멤버이며,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2013년 마사회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이 힘을 잃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명관 회장과 마사회 역시 최순실 관련 의혹에 개입된 정황이 드러났다. 최순실 딸 정유라에게 각종 특혜 및 자금지원이 이뤄지는 과정에 마사회가 등장한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은 이렇다. 삼성그룹은 승마협회의 ‘중장기 로드맵’에 거액을 지원했는데, 이 로드맵의 초점은 정유라에게 맞춰져 있었다. 중장기 로드맵은 정유라 지원을 위한 ‘가림막’에 불과했을 뿐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런데 이 로드맵 초안을 마사회가 작성한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문서정보 속 작성자에는 마사회를 뜻하는 ‘KRA’가 적혀있었다.

또한 마사회는 현명관 회장 취임 직후 정유라에게 승마 관련 인프라를 무상지원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현명관 회장은 ‘삼성맨’ 출신이다. 과거 삼성물산 회장까지 역임했고,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삼성그룹 내 영향력이 막강했다. 특히 마사회장에 취임한 뒤에는 삼성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아울러 현명관 회장과 최순실이 “서로 통화하는 사이”였다는 핵심 관계자의 폭로가 나왔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하면, 최순실-현명관(마사회)-삼성그룹으로 이어지는 의혹의 고리가 완성된다. 즉, 현명관 회장과 마사회는 최순실과 삼성그룹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현명관 회장의 부인이 최순실의 최측근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 “공기업이…” 거센 후폭풍 불가피

이런 가운데, 최순실 사태를 전방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은 점차 현명관 회장과 마사회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일 삼성전자 압수수색 당시 현명관 회장의 집무실과 마사회도 함께 압수수색한 바 있다. 최근에는 현명관 회장으로부터 휴대폰을 제출받아 통화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현명관 회장은 마사회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당분간 논란의 중심에 서 있을 전망이다. 최순실은 이미 구속된 상태고, 삼성그룹 측 관계자들도 줄줄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현명관 회장 역시 어떤 식으로든 검찰 조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던 마사회를 둘러싼 기류도 점차 악화되고 있다. 특히, 마사회는 공기업이다. 만약 현재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기업이 대통령 비선실세와 재벌그룹 사이에서 비리의 ‘큰 그림’을 그려준 꼴이 된다.

이와 관련해 마사회 측은 “당초 밝혔던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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