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조사를 마치고 호송차에 오르는 최순실씨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최순실씨가 새누리당의 공천에도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여의도 정가를 휩쓸고 있다.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사뿐만 아니라 국정전반에 관여한 것이 사실이라면, 새누리당 공천에도 당연히 개입했을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라는 판단에서다. 최순실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테블릿 PC에서 정치인 인사평 등의 자료가 존재했던 것도 의혹제기에 합리성을 더한다.

의심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더욱 짙어졌다. 유영하 변호사는 2007년 대선경선 당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함께 법률지원팀에서 활동했다. 특히 이명박 캠프 측의 최태민 일가 검증공세를 방어하는 역할을 맡은 경력이 있다. 유영하 변호사가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의 관련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유영하 변호사를 ‘진박 중의 진박’으로 판단하고 있다. 19대 총선 새누리당 선거상황실장을 맡았던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은 16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19대 총선에서) 유영하 변호사는 군포에서 3번째 출마한 상태였다. 전국 250명의 후보가 박 대통령의 방문에 목을 매는데 박 대통령은 오직 유영하 변호사를 위해 군포를 세 번 이상 방문했다”며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임을 설명했다. 유 변호사가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도 아울러 전했다.

유영하 어르신이 보내서 송파을에 왔다

'최순실 공천'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은 지난 총선에서 유 변호사가 새누리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송파을에 단수로 공천된 대목이다. 새누리당에서만 6명의 예비후보자가 경쟁하던 송파을에 군포에 있던 유 변호사가 전략공천과 다름없는 방법으로 갑작스레 공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몰랐으나 최씨가 인사 등 국정전반에 폭넓게 개입했다는 정황들이 나오면서, 유 변호사가 공천을 받은 것도 최씨의 작품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 변호사 공천에 반발해 새누리당 탈당 후 무소속으로 송파을에 출마했던 김영순 전 송파구청장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의심을 숨기지 않았다. 김 전 구청장은 “여원(여의도연구원) 자료를 보면 여론조사에서 내가 37.7%였고 유 변호사가 4.3%인가 그랬다. 조사대상 4명 중에 최하위였다”며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를 단수로 공천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문제가 많았다”고 전했다.

최씨의 공천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그때는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나오지는 않았다”면서도 “(유 변호사가) ‘어르신이 보내서 송파을에 왔다’는 말을 달고 다녔다. 지금 최씨가 대통령의 배후에서 국정에 개입했다는 보도들이 나오는데 사실이라면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의심했다.

포항시 북구도 ‘최순실 공천’ 의혹으로 공방이 진행 중이다. 포항북구는 4선의 이병석 의원이 포스코 비리에 연루돼 불출마를 선언했던 곳으로, 친이계 ‘공천학살’ 논란이 있던 지역구다. 이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포항 남구에서 출마를 준비하던 김정재 의원이 북구로 출마지역을 바꿔 새누리당 공천을 받게 됐다.

박승호 전 포항시장은 박 대통령의 대전피습사건 당시 김정재 의원이 간호를 했다는 언론보도를 이유로“최순득 씨와 아는 사이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대해 김정재 의원은 “오보이며, 사실이 아니다”고 대응하고 있다. 

포항정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누군가를 특정하지 못했을 뿐, 배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는 것은 지역정가에서는 대부분 의심하고 있었다”며 “밝혀진 팩트가 없어 막연히 청와대의 의중으로 판단했지만, 현 상황에서 최순실이라는 퍼즐의 한 조각을 넣으면 그림이 완성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4.13 총선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한구 전 의원은 '최순실 공천' 의혹을 강력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의원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든 누구든 아무도 공천과정에 개입을 한 바 없다”며 “최순실을 만난 적도, 얘기를 들은 적도, 통화같은 걸 하는 것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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