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4년 8월 박남일 대전도시공사 제8대 사장이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대전도시공사가 소란스럽다. 이 기관 수장인 박남일 사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알려지면서 지역 시민들의 원성이 자자해서다. 공사 내부에서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폭행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박 사장과 가족들의 과잉 의전 논란이 불거졌다. 777명 직원을 통솔하는 리더의 자격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어린이날 관용차 끌고 놀이공원 ‘무혈입성’

공기업 기관장의 지위 남용 사례가 또 발생했다. 이번엔 대전도시공사에서다. 대전도시공사는 1993년 대전의 주택 개발과 지역 발전을 위해 설립된 지방 공기업이다. 공병대 대대장 출신의 박남일 사장은 2년 3개월째 이 기관의 수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17일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에서는 대전도시공사의 살림을 감독하는 자리가 열렸다. 이날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최근 공사에서 발생한 불미스런 일들에 대한 시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가장 화두가 된 건 박 사장의 가족 문제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박 사장과 가족들이 과잉 의전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식 업무도 아닌 박 사장 개인 활동에서 말이다. 어린이날을 찾아 방문했던 휴양시설에서 일반 시민들이 누릴 수 없는 각종 특혜를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송대윤 의원(더불어민주당·유성1)에 따르면, 지난 5월5일 박 사장은 가족들과 대전의 유명 놀이공원인 ‘오월드’를 찾았다. 동물원과 수영장, 다양한 어트랙션을 갖추고 있는 오월드는 대전도시공사에서 운영하는 종합 테마파크다.

모처럼 만의 공휴일을 즐기기 위한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룬 이날, 개인 차량을 가져온 시민들은 더욱 고생을 해야 했다. 주차장 수요 능력을 훌쩍 넘는 차량이 몰리면서 주차 공간을 찾는데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시민들이 공원과 동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입구까지 다시 걸어오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날 이 같은 고생과는 동떨어진 인물이 있었다. 대전도시공사 박 사장이다. 박 사장은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자신의 관용차량과 가족 외제차(렉서스·볼보) 2대를 끌고 공원 안까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송 의원은 “오월드 주차장은 총 1916면인데 어린이날 당일에는 최소 3000여대의 차량이 진입했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비좁아 방문객들은 인근에 주차하고 한참을 걸어와야 할 정도였는데 박 사장은 본인의 지위를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특혜는 입장 후에도 계속됐다. 박 사장과 가족들은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종(種)보전센터까지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박 사장 일행은 전동 카트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는 평소보다 많은 2만3000여명의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박 사장은 “손자들을 데리고 가서 종보전센터에 갔었지만 냄새가 난다고 해서 바로 나왔으며, 카트도 가족은 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 “북괴 미사일에도 끄떡없는 아파트 만들 것”

17일 감사에서는 최근 발생한 폭행 사건도 재조명됐다. 지난 9월 공사 사장실에서 임원과 노조위원장 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노사간 이견이 원인이었다. 노조위원장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는 임원들에게 항의하던 과정에서 폭언이 오갔고, 이것이 몸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송 의원은 “11월에는 사업 차 이견이 생겨 사장실에서 기물이 파손하는 일도 발생했다”며 “현재 사법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 사건들은 모두 박 사장이 동석한 집무실에서 발생한 것으로, 박 사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간 대전 지역에서는 박 사장을 둘러싼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박 사장의 군대식 사고방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박 사장은 2014년 8월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부동산시장의 어려움을 타개할 방안을 묻는 질문에 “북괴가 스커드 미사일을 떨어뜨려도 끄떡없는 아파트를 짓겠다”라는 엉뚱한 대답을 해 빈축을 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육군 대령 출신의 박 사장을 일컬어 “군인의 물이 덜 빠졌다”는 비아냥 섞인 평가가 오갔다.

대전시의회의 지적과 관련해 대전도시공사 측은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