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해경 헬기 입찰서 “성능 모두 충족” 허위 입찰제안서로 불합격 처리
서울소방, 입찰서류 누락 및 부실서류 불구 수의계약 절차 강행
김희걸 의원 “특정헬기 구매 강행시 예산 중단도 검토”

▲ 서울소방이 340억을 들여 도입하려는 AW-189. < 아구스타웨스트랜드사(AW)>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서울소방(서울특별시 119특수구조단)의 소방헬기 도입 과정에서 ‘입찰규정 위반’ 논란에 휩싸인 이탈리아 헬기업체(이하 AW사)가 과거에도 유사한 문제로 불합격 처리된 사실이 알려져 관심이 집중된다. 2014년 6월 해양경찰청의 다목적 헬기 사업에 참여한 AW사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허위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사실이 밝혀져 결국 탈락 처리됐다. 해경은 AW사를 ‘신뢰할 수 없는 업체’로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AW는 최근 서울소방 입찰 심사에서 서류를 누락하거나 서류제출 시한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며 특혜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 AW, 2014년에 이은 묘한 데자뷰

당시 사건을 단독보도한 한국일보 기사를 정리하면 이렇다.

<해경이 아구스타(AW) 측이 낸 서류들을 다시 한 번 자체 검토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AW-189는 해경이 제시한 작전요구성능(ROC)을 모두 충족한다”고 했던 입찰제안서 결론과는 달리 곳곳에서 미심쩍은 부분들이 발견된 것이다. 최대이륙중량 항목의 경우 해경이 요구한 기준치보다 낮았지만 아구스타는 “향후 높일 계획”이라고만 제안서에 적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최대이륙중량을 늘리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10%만 올리는 것도 완전히 다른 헬기를 만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당시 해경은 “성능 향상이 가능하다는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아구스타는 관련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항속거리 관련 자료들은 더 엉터리였다. 최대항속거리를 계산하기 위해선 필수 탑재장비와 헬기의 무게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의도적으로 필수장비 일부를 누락한 흔적들이 보였다고 한다. 예컨대 해경이 요구한 헬기 내 좌석 수는 20개였으나, 아구스타는 7개일 때를 가정해 최대항속거리를 계산했다. 통신장비 등의 무게를 5~10㎏씩 줄이기도 했다. 최대항속거리를 늘려 ROC를 충족하고자 속임수를 쓴 것이다. 결국 해경은 “신뢰할 수 없는 업체”라는 이유로 아구스타를 불합격시켰다.
 / ‘비리 수사’ 해군 헬기 제작사, 해경 속이려 했다 2015.6.18>

허위 입찰제안서로 문제를 일으켰던 AW사는 최근 서울소방의 다목적 헬기 도입사업에 유력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목된 상태다. 해당 입찰은 두 차례 모두 AW사만 단독으로 참여, 유찰됐다. 이에 서울소방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AW사를 상대로 수의계약 평가를 진행중이다.

◇ 명백한 입찰규정 위반에도 수의계약 강행

문제는 AW사가 최근 진행 중인 서울소방 헬기도입 사업 과정에서도 입찰제안서 관련,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이다. AW는 서울소방이 요청한 견적서 마감 시한(4월 6일)을 두 달이나 넘긴 지난 6월 23일 제출했다. 국내 헬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만 기한을 지켰다.

AW사는 가장 중요한 ‘가격견적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서울소방 예산안(340억) 내에서 가능하다”는 설명서가 전부였다. 지난 9일 진행된 입찰제안서 평가에서는 세부적인 서류 대신 ‘서울소방 요구에 가능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요약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W는 당시 입찰제안서 평가에서 영문제안서만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소방은 입찰규정을 통해 국문(한글) 및 영문제안서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고 공고했다. <제출서류 미제출, 한글번역본 미제출 또는 증빙자료 미흡 등으로 검토가 불가능 하거나 확인이 곤란한 경우 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부적합 처리 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서울소방은 전혀 문제삼지 않았다.

앞서 서울소방은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한글제안서 미제출이 아닌, 일부 누락”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누락된 분량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또, “한글제안서 일부 누락이 ‘입찰무효’에 해당되는지 조달청에 문의한 결과 자료를 추가제출 받아 계약추진이 가능한 것으로 답변을 받았다”며 “누락된 한글제안서를 추가로 제출받아 재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달청은 그러나 전혀 다른 답변을 내놓고 있다. 조달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18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관련부서인 (외자)계약부서에 확인한 결과, 서울소방으로부터 구두나 문건으로 공식적으로 문의 온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자체가 우리(조달청)을 통해 진행한 게 아니고 서울소방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이라며 “한글제안서 일부 누락이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계약추진 여부를) 함부로 말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우리가 진행하지 않은 계약에 대해 판단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 서울소방이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공고한 입찰관련 공지 서류(외자입찰일반유의서). 해당 유의서에는 입찰설명서에서 정한 서류를 제출하지 아니한 서류는 입찰의 무효 조건에 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 서울소방이 헬기입찰 공고에 첨부한 유의서>
◇ 장정숙 의원 측 “당시 한글제안서 제출 증명해야”

장정숙 국민의당 의원실은 현재 서울소방 측에 △‘일부’ 제출됐다고 주장하는 한글제안서의 분량 △누락된 한글제안서의 분량 △한글제안서 접수담당자와 접수일시 △입찰제안서 평가위원 명단 등을 요구한 상황이다. 장정숙 의원은 서울소방의 특정헬기 도입과 관련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바 있다.

장정숙 의원실 측은 “운전자(조종사) 입장에서 최고급 벤츠를 타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벤츠를 사고 싶다면 서울시민의 돈이 아니라, 개인 돈 주고 사면 된다. 서울시는 하루에 25억씩 이자를 내며 살고 있는 상황이다. 340억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그렇게 결정하면 안된다. 280억짜리 국산헬기보다 340억짜리 외산헬기가 더 안전하다는 게 서울소방의 논리라면 차라리 500억짜리 헬기를 사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서울소방의 주장은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김희걸 의원(양천구 제4선거구. 더불어민주당 도시안전 건설위원회)은 지난 16일 제271회 정례회 도시안전 건설위원회 서울소방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노후된 서울소방 헬기 교체를 위한 도입과정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잠정적으로 헬기구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희걸 의원은 이날 “특정헬기 구매를 위한 특혜의혹이 끝이지 않는 가운데 계속해서 특정헬기 구매를 강행한다면 법적조치와 예산의 중단도 검토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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