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제3자뇌물죄와 관련 추가 수사 계획을 밝힌 만큼 재단 설립 기금 출연과 별개의 의혹이 불거진 기업들이 뇌물공여자 신분으로 처벌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는 상태다. <뉴시스>myjs@newsis.com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최순실게이트를 수사중인 검찰이 미르재단 등에 기부금을 출연한 대기업을 ‘피해자’로 판단했다.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하여 출연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강제모금을 인정한 것. 다만 검찰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별개의 돈을 최순실 씨 측에 건넨 기업들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을 지 조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순실게이트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수석이 기업들에게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출연금을 강제로 내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 발표에 따르면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수석은 직권을 남용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53개 회원사를 상대로 두 재산 설립 출연금 774억원을 강제 출연토록 했다. 주요 임원구성에 최순실 씨가 개입했지만 창립총회 회의록에는 전경련에서 추천한 것처럼 허위로 작성됐다.

또, 롯데그룹을 상대로 70억원을 강요했고, 현대차그룹에는 최순실 씨의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납품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그룹에는 계열사인 광고업체 포레카를 인수한 대표를 상대로 포레카 지분을 양도하도록 강요하다가 미수에 그쳤다. 또 직권을 남용해 포스코 펜싱팀을 창당하도록 하고 최씨가 운영하는 더블루케이가 해당 펜싱팀의 매니지먼트를 약정하도록 했다.

특히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수석은 KT의 인사권에도 개입했다. 차은택 씨와 최순실 씨가 추천한 인물들을 각각 광고발주를 담당하는 임원에 채용토록 지시한 것. 이후 최순실 씨가 운영하는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규모의 광고를 주도록 강요했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한국관광공사 산하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를 상대로 장애인 스포츠재단을 창단토록하고 더블루K를 에이전트로 해 선수들과 전속계약을 체결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검찰은 “기업들은 안종범 등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각종 인·허가상 어려움과 세무조사의 위험성 등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하여 출연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기업들을 ‘피해자’로 판단한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당장 한숨 돌린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 안도하긴 일러보인다. 검찰이 제3자뇌물죄와 관련, 추가 수사 계획을 밝혀서다. 재단 설립 기금 출연과 별개의 의혹이 불거진 기업들이 뇌물공여자 신분으로 처벌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는 상태인 셈이다.

특별수사본부 소속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중간수사발표 후 진행된 취재진의 일문일답에서 “기업들이 강압에 의해서 돈을 출연했다고 보고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다”며 “(뇌물공여 등) 공소장에 빠진 의혹 제기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것이다. 지금 수사하고 있고, 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검찰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9~10월 최순실 씨 모녀가 독일에 세운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35억원(280만유로)을 송금한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최씨의 딸 정유라 씨 지원한 부분은 계속 수사해서 결론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에 대해 대기업에 압력을 행사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내게 하고 각종 이권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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