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비약물 중독 치유 해법 콘퍼런스에서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가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강원랜드 함승희 사장의 ‘남다른 뚝심(?)’이 이목을 끌고 있다. 도박 중독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소홀하다는 세간의 지적에도, 좀체 구원의 손길을 뻗지 않고 있어서다. 국민 의식 개선을 운운하며 사태의 본질에서 더욱 멀어져 가는 모양새다.

◇ “의식 개선이 먼저”라는 함 사장… 대책은 어디에

비약물 중독. 마약·알콜과 같은 물질 중독을 제외한 ‘행위 중독’을 일컫는 말이다. 도박·스마트폰·게임·인터넷 등이 포함된다. 의학계 일부에서는 비약물 중독의 위험성이 물질 중독보다 큰 것으로 간주한다. 일상적인 일이다 보니 행위자 스스로 중독 상태를 인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 8명 가운데 1명이 비약물 중독자라는 어느 교수의 통계 자료는 우리 사회에 행위 중독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지난 21일 비행위 중독 예방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서울 전경련에서는 ‘비약물 중독 치유 해법 콘퍼런스’가 열렸다. 관련 전문가 및 언론인 200여명이 모여 갈수록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 비행위 중독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기조연설자로는 강원랜드 함승희 사장이 나섰다. 그는 “중독문제 해결은 국가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며, 동시에 비약물 중독에 의한 폐해와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며 “강원랜드를 포함해 모든 사행산업 사업체가 우리 사회 모든 중독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함께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게 다였다. 비약물 중독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나 방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행위 중독 예방을 위한 전 국민적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얘기가 전부였다. 이는 국내 굴지의 사행산업체 수장으로서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도박 중독자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강원랜드의 책임은 등한시 한 채, 마치 원인을 국민의 의식 탓으로 돌리는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강원랜드 관계자는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이 모여 비약물 중독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기 위한 컨퍼런스였던 만큼, 강원랜드만의 대책을 내놓기에는 적절치 않은 자리였다”며 “중독관리센터 ‘클락’에서 운영하는 시민캠프 외에도 다양한 중독 예방 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 낙하산 인사·쥐꼬리 예산에 골머리 앓는 ‘클락’

하지만 강원랜드가 중독자들의 치유를 위해 운영하는 ‘클락’은 유명무실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클락에서 근무하고 있는 도박중독 상담사는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지난 5년간 클락의 이용객이 1700여명이 증가하는 동안 상담사는 고작 1명 늘어났을 뿐이다. 상담사 한 명이 550명의 중독자를 관리해야하는 시스템으로, 그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센터장은 정치권 출신으로, 국내 최대 카지노장의 도박 예방 조직을 이끌기에는 자격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국감을 통해 지난해 강원랜드가 도박중독 예방에 사용한 돈은 12억95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해 강원랜드가 카지노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의 약 0.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앞서 강원랜드 등을 대상으로 ‘사행산업 관련 공공기관 수익금 집행실태’를 조사한 감사원은 “강원랜드에 50~99일 출입한 ‘문제성 고객군’에 해당하는 입장객은 9566명에 달해 연간 50일 이상 카지노에 출입한 도박 중독고객이 1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러나 도박중독자 예방 시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도박중독자도 증가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강원랜드의 경우, 말로는 도박중독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실제 이를 위한 해결노력에는 소극적”이라며 “그 폐해와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 도박에 중독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를 치유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해법인데, 함승희 사장은 이를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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