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삼양식품 본사 빌딩. <삼양식품>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삼양이 조만간 공정위의 철퇴를 맞을 조짐이다. 지배구조 때문이다. 최근 공정위 조사에서 삼양식품이 3년간 지주회사로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공정위는 삼양이 지주사 신고 누락으로 각종 규제를 회피해 온 것으로 보고, 조만간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 ‘내츄럴삼양’ 지주사 신고 없이 손자회사 보유

삼양식품의 지주회사는 내츄럴삼양이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양식품의 지분 33.26%를 보유한 1대 주주인 동시에, 그룹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길은 내츄럴삼양으로’라는 말이 적합할 정도로 삼양그룹 지배구조 중심에 있다.

삼양에서 생산하는 라면의 스프 원료를 공급하는 곳이 내츄럴삼양이다. 이외에도 면과 스낵 등 삼양의 주력 상품을 유통하는 물류업무도 맡고 있다. 1975년 강원도 원주에 설립된 이 회사의 전신은 삼양농수산이다. 매년 총 480억원대의 매출과 35억원 가량의 영업익을 거두면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편이다.

내츄럴삼양은 전인장 회장 일가 소유의 회사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전 회장과 부인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이 각각 21%, 42.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전 회장의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SY캠퍼스(구 비글스)가 지분 26.9%를 차지하고 있다. 삼양의 오너 일가가 내츄럴삼양를 통해 그룹 전체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삼양은 그간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주로 그룹의 최정점에 있는 SY캠퍼스 때문이었다. 삼양그룹 3세 병우 씨 소유의 이 회사는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회사의 주소라며 등록했던 목동의 한 빌딩에서는 실제 사우나가 영업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또 새둥지를 틀었던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 역시 간판조차 없는 정체가 모호한 곳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이번 조사에서 SY캠퍼스의 내부도 들여다 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 “실수로 빚어진 착오, 고의는 아냐”

지주회사는 자회사를 두고 이를 소유 및 지배하는 회사를 일컫는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주사가 되는 조건으로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이며 ‘자산총액 중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의 비율 50%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내츄럴삼양이 지주회사 규제 대상이 속하게 된 건 2012년부터다. 자산 규모와 자회사 지분 비중이 커지면서 당해 1월1일을 기준으로 공정거래법 규제를 받는 기업에 포함됐다. 그러나 내츄럴삼양은 유예기간인 2년이 넘도록 공정위에 지주회사 전환신고를 하지 않았다. 지분율 현황을 포함한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 삼양식품의 지배구조를 나타낸 표. <공정위>

지주사의 경우 손자회사나 증손회사의 주식을 보유해선 안 된다. 하지만 삼양은 손자회사인 에코그린캠퍼스의 지분 31.13%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에코그린캠퍼스에는 총수일가의 지분 20.25%도 포함됐다.

앞서 2014년 공정위는 삼양식품이 에코그린캠퍼스에 약 20년 간 인력을 지원하고, 7년 간 무상으로 차량을 지원한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 3억원을 부과했다. 삼양식품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지난달 고등법원에서 패소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회사의 단순 실수로 지주사 신고가 늦어진 것이지 고의적인 행위는 아니었다. 지주사 전환 사실을 알게 된 지난해 7월 공정위에 자진신고를 마쳤다”며 지주사 신고를 누락해 회사가 크게 득을 본 것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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