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사위크=우승준 기자] 비상시국을 대처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야권공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주도권 싸움에만 매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100만 촛불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일정을 공개하는 등 ‘대통령 퇴진’에 잰걸음을 걷고 있다. 그렇지만 야권 지지층에선 두 당의 막말 공방이 장기화될 경우 대통령 탄핵 행보가 수포로 돌아갈까 하는 불안감이 팽배한 실정이다.

특히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탄핵 동참’ 발언을 놓고 큰 이견 차를 보였다.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은 탄핵을 받아야 한다”며 “새로운 보수를 만들고 국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의미에서 탄핵안 발의를 앞장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견제의 뜻을, 국민의당은 환영의 뜻을 각각 피력했다.

김 전 대표 발언에 대한 두 당의 온도차는 결국 막말 공방으로 이어졌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를 통해 “험난한 고개를 넘을 땐 악마의 손을 잡고도 남는다”며 대통령 탄핵 추진을 위해 새누리당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그러면서 “일부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을 비난하고 어떻게 그런 분들과 함께 하느냐는 것은 지극히 비상식적”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도 남겼다. 이 발언에 대해 야권에선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김무성 전 대표를 향해 “우리는 탄핵 표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데 따른 지적이 아니냐고 진단했다.

실제 박 위원장은 지난 24일 “‘똥볼’을 찰 것이라고 했는데 제가 점쟁이가 됐다”며 추미애 대표의 김 전 대표 지적 발언을 한차례 꼬집은 바 있다.

박 위원장 발언에 민주당도 반격을 가했다. 정진우 민주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탄핵을 위해 양심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참여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이들의 과거를 덮어주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며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은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치세력으로서 국민과 함께 할 것인지, 국민의 퇴출 명령을 받은 대통령 곁에 남을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박 위원장 발언을 반박했다.

정 부대변인은 “아침에는 야권 공조를, 저녁엔 추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를 힐난한다. 아침저녁으로 입장 바꾸셔야 하니 참 바쁘셔 보인다”며 “그런 아리송한 행보 때문에 호남에서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지 않는가. 이제 적당히 하시라”고 재차 반박했다.

양향자 최고위원도 25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박지원 대표님의 왼손은 야권과 잡고 있지만 오른손은 박근혜 정권의 부역자들과 잡고 싶은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새누리당에서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은 고해성사의 당사자이지 연대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양손 모두 야권과 잡으라는 것이 호남 민심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못박았다.

한편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25일 오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막말 공방에 대해 “(현재) 국민들이 촛불의 힘으로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두 당의 태도는) 촛불의 힘을 희석시키고 불안하게 하는 요소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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