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타면세점이 영업 시간을 조정하며 새벽 영업 전략을 포기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두산그룹의 첫 면세점인 두타면세점이 영업 6개월만에 ‘새벽 영업 전략’을 포기했다. 국내 최초 ‘심야면세점’을 표방하며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 전략을 펼쳤지만 실적 부진과 인건비 부담이 지속되자 전략 수정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 ‘새벽 영업’ 전략 접는다… 실적 부진 때문? 

1일 업계에 따르면 두타면세점은 이날부터 브랜드 전 매장의 영업 폐점 시간을 자정(오전 12시)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층마다 밤 11시와 새벽 2시로 각각 달랐던 영업 폐점 시간으로 일원화하기로 한 것인데, 고객의 쇼핑 편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실적 부진을 감안한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두타면세점은 국내 최초 ‘심야면세점’이란 차별화를 내세워 지난 5월 오픈했다. 동대문 상권에 위치한 장점을 이용해 ‘야간 쇼핑객’들을 사로잡겠다는 게 두타면세점의 야심찬 포부였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두타면세점은 영업 초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명품 유치에 난항을 겪은데 이어, 마케팅 과정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두타면세점은 지난 5월 경쟁사 VIP 고객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이벤트’를 벌이다 경쟁업체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수익성도 경쟁사에 비해 저조하다는 평을 받았다. 두타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매출 104억원, 영업적자 160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수십억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두타면세점의 일 평균 매출은 6~7억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오픈한 신규 면세점들 가운데 가장 낮은 매출 규모로 평가되고 있다.

‘심야영업’도 큰 수익성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영업 시간 조정 배경과 관련, 누적된 적자와 인건비 부담이 원인이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면세점 사업의 이끌고 두산가(家) 4세인 박서원 유통전략담당 전무의 경영 리더십에도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 면세점 사업 진두지휘 박서원 전무, 부담 가중

▲ 박서원 두산유통전략 담당 전무.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 전무는 개인 광고회사를 운영하다 2014년 두산그룹 광고 계열사 오리콤에 합류했다. 현재 그는 두산의 면세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심야면세점’ 아이디어를 낸 이도 박 전무로 알려졌다. 그는 새벽 시간대 영업을 의미하는 부엉이 캐릭터를 고안하는 등 전체적인 면세점 컨셉을 잡았다. 

그러나 이번에 새벽 영업 전략을 포기하면서 업계에선 그의 전략이 실패로 끝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평가에 대해 두타면세점 측은 “심야영업 컨셉을 버린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두타면세점 관계자는 “자정까지 영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심야영업 컨셉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며 “다른 면세점들이 오후 9시 정도에 문을 닫는 것과 비교하면 충분히 차별성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부진 우려에 대해선 “대외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아직은 사업 초기인 만큼, 실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답했다. 박 전무에 대한 외부의 평가에 대해선 “그는 면세점 전반적인 컨셉, 마케팅 부분을 맡고 있다”며 “전체적인 사업을 총괄하는 임원이 따로 있는 만큼, 경영 능력을 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