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 이형운 발행인
[시사위크=이형운 발행인] 3일 촛불집회도 활활 타올랐다. 당초 36차 촛불집회에는 많은 국민이 운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것은 기우였다. 국민들의 의지는 더 결연해졌다. 서울 광화문에 170만명, 전국 232만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주장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이전과 사뭇 다른 점이 있다. 5차 촛불집회 때까지만 해도 시민들은 축제분위기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그런데 3일 집회는 그런 웃음이 상당부분 사라지고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이전 집회보다 국민들은 훨씬 강한 어조로 박근혜 퇴진을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총 3차례 대국민담화가 시민들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1차 담화에서 문건유출 시점에 대해 국민을 농락한 뒤 2차 담화에서는 검찰수사를 성실히 받겠다고 발표하고서도 결국 검찰수사를 거부했다. 두 번의 담화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박 대통령이 3차 담화에서는 자신의 거취를 국회로 넘기는 를 썼다.
 
무엇보다 3차 대국민담화 발표 이후 시민들은 더욱 격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자신의 거취문제를 국회로 넘기며 목숨 연장에 나서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다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 비주류의 탄핵전선에도 이상징후가 생기기 시작했다. 국회에서 거취문제를 합의하면 따르겠다고 한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비주류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일부 비주류 의원은 탄핵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말까지 들렸다. 국민의 분노게이지를 상승시키는 한 요인이 됐다.
 
일단 새누리당 비주류는 7일 오후 6시까지 퇴진 시점을 밝히라고 박 대통령에게 요구한 상태고, 3당도 박근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안을 발의한 야권의 한 의원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은 정치적 결정에 따라 이루어졌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은 시민들의 뜻에 따라 정치권이 움직이고 있는 게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주 내에는 어떤 식으로든 박 대통령의 진퇴문제가 결론을 짓게 된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가 나서 진퇴일정을 합의할 게 아니라 박 대통령 스스로가 몇 날 몇 일에 물러날 것임을 천명하라는 것이다. 5년 동안 국민으로부터 통치권을 잠시 위임받은 대통령이 통치권을 사적으로 이용했을 뿐 아니라, 경제상황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명예로운 퇴진은 있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민의 분노게이지를 상승시킨 장본인은 박 대통령이다. 대통령을 잘 못 뽑았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는 국민의 자존심을 박 대통령이 무참히 짓밟았기 때문이다.
 
국가적 재난이었던 세월호 사건을 악어의 눈물논란을 낳았던 대국민담화로 어물쩍 넘어갔듯, 이번에도 그런 꼼수로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박 대통령에게 남겨진 시간은 많지 않다. ‘시간이 상책이란 생각에서 버티기에 들어가면 국민적 공분만 더욱 높일 뿐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퇴진 날짜를 공개하고 국민의 동의를 받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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