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이재명 성남시장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최순실게이트 정국에서 이름값을 높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탄핵 촛불집회 등을 거치며 민주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문재인 전 대표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5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14.7%)은 지난주 대비 2.8% 상승하며 15%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선주자로서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는 10%의 지지율을 넘어 유력주자의 지위까지 넘보고 있는 셈이다. 이 시장의 지지율 상승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정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 퇴진시점까지 상승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은 20% 대에서 답보했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해 새정치연합 대표시절부터 지금까지 20%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어떤 외부요인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보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나 외연확장에는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최순실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와중에도 지지율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는 점은 뼈아프다.

◇ ‘사이다는 밥 아니다’ vs ‘목마를 때 고구마 먹으면 체해’

대항마로 성장한 이 시장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전체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tbs라디오에 출연한 문 전 대표는 “이 시장의 지지율 상승에 대해 제가 걱정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저는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기쁘게 생각한다. 야권 전체의 파이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쟁상대라는 점에서 ‘견제구’도 잊지 않았다. 이 시장을 공격수에 빗댄 문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해서는 “1번 주자로서 새누리당의 온갖 계산과 장난에 의해 역사가 역행하지 않도록 저지선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방어자’ 역할을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처럼 성격과 정치적 위치, 정파까지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의 대결구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무현의 상속자’로 정계에 입문한 문 전 대표는 최근에는 당과 보조를 맞추며 중도외연확장에 보다 방점을 찍고 있다. 또한 문 전 대표 자신의 패착이 곧 민주당 전체의 패착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사안마다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는 상태다.

문 전 대표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이 시장은 현 정부와 새누리당을 ‘타도해야할 대상’으로 여기는 등 보다 선명한 입장으로 지지층을 늘려나갔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의 한을 풀어줄 사람으로 문 전 대표 보다 이 시장을 선호하는 의견도 SNS를 중심으로 눈에 띄게 증가하는 모양새다. 실제 정의당 등 강성야권 지지층에서는 문 전 대표 보다 이 시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는 사이다와 고구마라는 두 사람의 별명에서도 분명하게 확인된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냉철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이 시장은 발언이 시원하다는 의미에서 ‘사이다’로 통한다. 반면 문 전 대표는 다소 답답하다는 의미에서 최근 ‘고구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 2일 ‘문재인의 호소’ 행사에서 지지자가 고구마를 전달하자 그는 “제 별명이 고구마였는지 몰랐다”면서 “사이다는 금방 목이 또 마르다. 탄산음료는 밥이 아니지만 고구마는 배가 든든하다. 저는 든든한 사람”이라고 유쾌하게 반응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고구마와 사이다는 같이 먹으면 맛있고 든든하다”면서도 “목마를 때 갑자기 고구마를 먹으면 체한다”고 응수했다. 자신이야말로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관건은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이 경쟁과정에서 지지층의 협력적 결합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다. “한 팀”을 강조하는 두 사람의 입장과 달리, 지지층 일부에서는 서서히 서로에 대한 견제가 시작될 정도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의 지지율을 합치면 35%인데, 경선과정에서 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칫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과거 야권통합이나 대선경선에서 발생했던 후유증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1128일부터 122일까지 전국 유권자 252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유무선 ARS, 무선 전화면접, 스마트폰앱 방식으로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9%p, 전체 응답률은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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