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 지주사 NXC 김정주 대표.<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넥슨 지주사 NXC 김정주 대표가 ‘진경준 게이트’로 재판을 앞둔 가운데,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김 회장의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2006년 유럽 쪽에 조세회피용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주식을 헐값에 넘기는 등 경영비리에 관한 혐의를 추가로 받고 있다. 올해 여름 넥슨을 덮쳤던 오너리스크의 그늘이 한없이 뻗어나가는 모양새다.

◇ 진경준 게이트에 탈법 경영 논란 ‘엎친데 덮친격’

NXC 김정주 대표의 수사선상에는 두 가지 명목의 혐의가 올라있다. 하나는 ‘진경준 게이트’라고 불리는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비상장주식 불법매입 의혹이다. 김 대표는 최근 열린 결심공판에서 넥슨재팬 주식 등 진 전 검사장에게 약 9억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인정했다.

현재 김 대표는 검찰로부터 2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받은 상태다. 오는 13일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받는데 실패할 경우 징역형이 확정될 위기에 처한다. NXC 관계자는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는 상황이다”라며 “지주사 대표자리와 관련해 아직 아무런 내부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해결해야할 혐의는 ‘진경준 게이트’ 하나뿐만이 아니다. 검찰의 칼끝은 김 대표의 경영비리까지 확대되고 있다. 넥슨 주식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저가로 매입하는 등 배임·횡령에 관한 혐의로 추가 고발된 상황이다.

올해 7월 김정주 NXC 대표는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로부터 2조8000억원대 횡령·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로 추가 고발당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김 회장이 2005년 가치가 1조568억원에 달하던 넥슨코리아를 넥슨재팬에 41억원에 매각해 1조527억원의 손실을 초래했다”며 “국부를 유출하고 양도세 등을 포탈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단체는 김 대표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헐값 매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NXC의 벨기에 법인인 ‘NXMH B.V.B.A’가 주소지가 네덜란드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조세도피처 논란이 불거졌다. 시민단체는 김 대표가 해당 지사를 통해 넥슨재팬 주식을 저가로 현물 출자해 NXC가 약 7990억원을 손해 보게 했다고 고발했다.

◇ 해외 법인에 매년 현물출자… 독단 경영 의혹도

▲ 판교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본사.<뉴시스>
실제로 NXC는 벨기에 법인 측에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넥슨재팬 주식 총 9200만주를 매각했다. 2010년 벨기에 법인이 설립된 이래로 거의 매년 모회사로부터 넥슨 주식을 넘겨받은 셈이다. 매각은 모두 현물 출자로 이루어졌다.

연례행사처럼 이뤄진 NXMH에 대한 지주사의 현물출자로 NXMH는 넥슨의 2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었다. 현재 NXMH가 보유한 넥슨 지분은 19.09%에 달한다. 자산총액은 2009년 134억에서 작년 말 1조5377억원으로 6년 새 115배 불어났다.

이 벨기에 법인은 김정주 대표와 아내 유정현 이사가 70%가량의 지분을 소유한 NXC가 100% 출자한 역외법인이다. 사실상 김 대표 부부의 회사나 다름없다. NXC 관계자는 “기소 당시 검찰 조사를 다 받았던 사항이고, 국세청이나 관련기관에서 해당 주식인수가격이 적당한 매입가라고 평가했다”며 “주소지도 네덜란드가 아닌 벨기에로 정상 신고 돼있다”고 밝혔다.

넥슨은 현재 지주사인 NXC의 지분 70% 이상을 김 대표와 부인이 소유하고 있다. 또 NXC가 일본 상장사인 넥슨재팬의 지분을 절반 이상 소유하고, 다시 넥슨재팬이 넥슨코리아의 지분 100%를 갖는 수직적 구조다. 사실상 김 대표의 ‘1인 경영’ 체재 아래 회사의 중요 정책사항이 베일에 가려진 채 처리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정주 대표는 7월 특임검사팀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일본넥슨 법인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NXC 대표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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