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본청에 들어서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새누리당 비박계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찬성표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현재 확보된 찬성표만 35표가 넘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친박계 의원들도 찬성표를 던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등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7일 YTN라디오에 출연한 비상시국회의 대변인 황영철 의원은 “35명까지는 지금 확인이 되고 있다. 확실하게 탄핵안에 찬성할 의원 숫자라고 보고 있다”며 “새누리당에서 자율투표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질 의원은 조금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같은 주장을 담보하기 위해 찬성명단을 공개하겠다는 강수도 염두에 뒀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투표장에 가서는 결국 탄핵에 ‘반대투표’할 것이라는 야권의 공세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여기에는 탄핵이 부결됐을 경우, 비박계에 쏟아질 비난의 후폭풍을 대비하기 위한 노림도 깔려있다.

◇ 비박계, 보수정통성 탈환 분수령은 탄핵 찬성 ‘230표’

무엇보다 비박계가 적극적으로 탄핵찬성 독려는 나서는 데에는 ‘탄핵정국’ 이후의 정계흐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탄핵표결 이후 어떤 형태로든 새누리당 친박과 비박의 명운을 건 내부투쟁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승패는 새누리당의 찬반표수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관측하고 있다.

비박계 입장에서 최악은 탄핵안이 부결되는 상황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등 비박계가 탄핵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35표 이상을 확보했다”고 비박계가 거듭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박계 내부에서는 탄핵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염려되는 상황은 200표를 가까스로 넘어 가결되는 경우다. 129명의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비박계의 세가 미약하다는 게 숫자로 확인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탈당 가능성을 열어놓고 승부수를 띄운 김무성 전 대표나 당 잔류 및 쇄신을 선택한 유승민 의원 모두 정치적 입지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새누리당 의원 60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는 결과가 나올 경우, 비박계의 당 해체와 재창당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전당대회가 될지, 비대위 체제가 될지 예측은 어렵지만 비박계의 주도로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비박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보수정당의 주도권을 놓고 전쟁이 시작됐다”며 “기호지세”라고 설명했다.

황영철 의원은 “보수세력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굉장이 중요한 부분”이라며 “보수가 탄핵에 반대할 것인가, 아니면 탄핵에 찬성하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수의 정통성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 이번 탄핵 투표의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번 탄핵표결에 대해 ‘자유투표’ 방침을 정했다. 당초 반대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불출석 하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의원들의 양심에 맡기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철우, 이철규 의원 등 일부 소속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찬반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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