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김상현 홈플러스 사장이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신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출범 1년을 맞는 홈플러스 김상현 호(號)가 암초를 만났다. 창립일까지 바꾸며 환골탈태를 선언했던 이 회사에서 120억원대 납품비리 사건이 발생했다.

◇ 부산 지점 직원 2명,  배임 혐의로 검찰 조사 받아

최근 홈플러스 부산 모 지점에서 백억대 납품비리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 매체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건 전모는 이렇다. 

발단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홈플러스 부산 모 지점 임원 A씨와 직원 B씨, 그리고 외부인 C씨 간의 수상한 거래가 시작됐다. 양곡판매업자 C씨를 통해 1억7000만원 가까이의 돈이 두 명의 홈플러스 직원에게 전해졌다.

C씨가 금품을 건넨 건 대형마트 2위 업체에 자신의 물건을 납품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뒷돈을 받은 A와 B씨는 홈플러스 소유의 양곡을 C씨에게 공급했다. C씨에게 전해진 물량은 1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이 같은 루트를 통해 공급받은 대량의 물품을 일명 ‘땡처리’하는 방법으로 양곡시장에 내다 팔았다. 다섯달간 이를 통해 거액의 이득을 챙긴 C씨는 홈플러스 측에 별도의 양곡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매체는 “결과적으로 홈플러스는 내부 직원의 비리 행위에 의해 75억원의 손해를 입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부산지방검찰청은 지난달 양곡업자 C씨를 구속기소했으며, 홈플러스 직원 A씨와 B씨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A와 B씨가 위와 같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검찰의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사안과 관련된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기는 곤란한 단계”라고 말했다.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홈플러스 임원 A씨와 직원 B씨는 현재 퇴사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 김상현 사장의 ‘체질개선’… 돌발 악재에 ‘흔들’

아직 사법 기관의 명확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만큼, 이 사안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구체적인 정황이 이미 드러난 터라, 홈플러스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는 건 주지의 사실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취임 1년 다가오는 김상현 홈플러스 사장에게는 돌발 악재에 가깝다. 김 사장은 지난 신년 첫날 취임식과 함께 홈플러스 새 사령탑에 올랐다. 내우외환에 빠진 홈플러스의 구원 투수로 등판한 김 사장은 ‘체질개선’을 약속했다. 세간에서 ‘회사 이름만 빼고 다 바꾼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대형 수술에 들어갔다.

그 대표적인 변화의 움직인 가운데 하나가 창립일 변경이다. 기존 삼성물산과 테스코가 합작한 1999년 5월에서 홈플러스 1호점인 대구점이 개장한 1997년 9월로 생일을 바꿨다. ‘빼는 것이 플러스다’라는 캠페인을 전개하며 품질과 가성비 갖춘 제품으로 상품 경쟁력 강화에 힘썼다.

특히 ‘갑질기업’이란 오명을 씻는데 공을 들였다. 김 사장이 제시한 ‘무관용 정책’에 전 임직원이 서약했다. 회사 이해관계자 및 업체에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관용을 배풀지 않을 것”을 대외에 알렸다.

지난 1년간 이 같은 수고를 해온 김 사장과 홈플러스는 이번 ‘120억대 납품비리 사건’으로 또 한 번 기업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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