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실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출연, 시청률은 역대 급이었지만, 내용이 전무했다. 지난 6일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에 대한 평가다. 한국 재벌 총수들이 출석해 온 국민의 관심을 모았던 청문회가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이날 청문회는 사실상 삼성 청문회라 해도 좋을 만큼 이재용 부회장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이는 지난해 경영권 승계문제를 안고 있던 이 부회장이 최순실 일가에 적극 지원하면서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 때문이다. 그러나 의원들은 유의미한 답변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물론 의원들에겐 국회 조사권한의 한계로 실체적 사실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고충이 존재한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들에겐 위증죄는 있지만 묵비권 역시 부여된다. 청문회의 의미를 사건의 의혹 규명보다 국민에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다수의 의원들이 자신의 발언만 중요시하고 답변은 제대로 듣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고, 몇몇 의원들은 화제성을 노리고 ‘막말’ ‘윽박’ 등의 모습을 연출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실망스러운 모습은 ‘역대급’ 출연자인 재벌총수들에게서도 나타났다. 그 중 최고 인기를 누렸던 이재용 부회장은 공손하면서도 순박한 표정으로 책임질 발언을 피했다. 의원들의 추궁에 사과와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면서도 최순실 의혹과 관련해선 ‘모른다’ ‘전해들었다’ ‘그렇게 알고 있다’ 등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명확한 건 전경련 기부금 중단과 그룹 미래전략실 해체 약속 등 크게 의미가 없는 것들뿐이었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태도는 그간 쌓은 이미지와 교차되면서 실망감을 낳는다. 대외에 비친 그의 모습은 ‘글로벌 리더들과 교류하는 이’다. 워렌 버핏, 팀 쿡 애플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대표 등 저명인사들과의 미팅소식이 드문드문 전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 변명, 회피 등으로 일관한 모습을 떠올리면 위에서 언급된 글로벌 리더들과 현격한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다.

특히 워렌버핏은 1991년 자신이 투자한 살로만 브라더스가 국채부정 사건에 휘말리자 청문회에 등장해 과오 인정과 처벌에 대한 동의 등을 이끌어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팀 쿡 애플 CEO는 2013년 5월 미국 상원에서 열린 ‘역외탈세 청문회’에서 애플의 세금 탈루의혹을 부정하면서 법인세율 인하 등의 주장을 당당히 개진하기도 했다. 한 회사의 CEO로서, 또는 사회적 리더로서의 격을 보인 셈이다.

조직 내 일어난 일과 의혹들에 대해 해명할 수 없는 이가 과연 수장이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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