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젠이 공시의무 위반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픽사베이>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코스닥 상장사 리젠이 증권시장의 ‘트러블메이커’로 떠올랐다. 종속회사의 자산을 ‘뻥튀기’해 투자자를 기만한 사실이 적발돼서다. 리젠은 지난 6년간 사명을 총 5번이나 바꾸는 등 투자자 눈속임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업체라 투자자 신뢰도가 수직 하락할 위기다.

◇ 반복되는 공시 ‘거짓말’

리젠은 캐패시터 제조 및 화장품 마스크팩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다. 현재 ▲무연, 경유, 등유 등 석유제품 유통을 중개하는 유류도매업 ▲마스크팩을 판매하는 화장품도매업 ▲캐패시터 제조사업 등 3가지 사업부를 영위하고 있다.

7일 리젠은 종속기업의 자산을 부풀려 회계 처리한 혐의가 드러나 체면을 구겼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리젠에 대한 제재 조치를 결정했다. 과징금 7억5470만원과 과태료 3580만원, 총 8억원 규모의 제재를 받았다.

증선위에 따르면 리젠은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한 뒤 투자자들에게 그대로 공시했다.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00% 종속회사에 대한 지분을 평가하면서 당기순이익·자기자본 등 자산을 부풀렸다. 또 2014년 보고서에서 종속회사의 연대보증 내역을 누락시켰다. 소액 공모를 위한 청약 권유서류도 허위로 기재된 것이었다.

공정한 투자시장을 흐리는 악질 공시에 한국거래소는 리젠의 주권매매거래를 정지했다. 투자자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회계처리 담당임원에게는 해임이 권고됐다.

주목할 점은 리젠이 과거에도 허위공시로 제재조치를 받은 점이다. 작년 초 공시의무 위반으로 과징금 6000만원을 처분 받은 바 있다. 당시정기보고서상에 전 최대주주의 변동내역을 거짓 기재한 행위가 드러나면서 거래소의 철퇴를 맞았다.

반복된 불량공시에 작년 6월 한국거래소는 리젠을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했다. ‘공시 불이행’으로 2회 적발돼 결국 ‘관리종목’으로도 지정되기도 했다. 올해는 4년 연속 영업손실이 나타나 또 다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관리종목 지정 사업체는 이후 상장 폐지될 리스크를 내재하고 있다. 리젠의 반성 없는 태도에 기업을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의 불안감만 가중되는 모양새다.

◇ 개명 5번 ‘흠 감추기’ 질타

▲ 8일 리젠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됐다.<네이버 캡처>
리젠은 간판을 자주 바꾸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디지털텍, 대영디티, 디지털텍, 쓰리원, HAM미디어, 리젠’ 모두 한 회사를 지칭한다. 지난 6년간 회사 사명을 총 5번이나 바꾸며 투자자들의 혼란을 야기했다. 그사이 대표이사는 6번 교체됐다.

유독 간판을 자주 바꿔다는 리젠의 정체는 무엇일까. 리젠의 전신은 ‘디지털텍’이지만 2009년 ‘대영디티’ 이듬해 다시 ‘디지털텍’ 2012년부터는 ‘쓰리원’ 2014년엔 ‘에이치에이엠 미디어’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후 3개월만에 ‘리젠’으로 또 바꾸고 지금까지 이 사명이 굳어졌다. 당시 화장품 제조 및 판매업체인 리젠코스메틱 주식 65%를 취득한 데 따른 것이다. 5차례의 사명변경 대부분 종속회사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회사는 2012년 상호를 바꾸면서 “주요매출이 유통사업으로 발생하는데 디지털텍이라는 IT사업의 이미지와 맞지 않아 사명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주력사업 이미지제고 차원에서 사명변경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가면’뒤로 숨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로 2014년 리젠이 ‘HAM미디어’로 불리던 시절, 회사는 또 다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하루 매매정지 처분을 받았다. 4월 채권자인 드림맥스가 경찰에 임직원 횡령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해 횡령설에 휘말렸으나 이를 지연 공시했다. 리젠이 단순한 이름 바꾸기를 통해 ‘흠 가리기’를 시도한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거세다.

리젠은 최근 교육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며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강남 대치동 등 수도권 학원 14곳을 인수합병(M&A)했다. 최근 중국 측 110억원 규모의 마스크팩 공급 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새 먹거리에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4월에는 김봉선 대표이사 단독체재로, 오너도 변경됐다. 이번에 불거진 구설수를 피하기 위해 리젠이 또다시 사명변경 카드를 내밀진 않을지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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