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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에게-박근혜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지
H에게-박근혜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지
  • 시사위크
  • 승인 2016.12.1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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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시사위크] 지난 9일에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네. 2018년 2월 24일까지 임기 만료 14개월을 앞두고 국회는 찬성 234표 반대 56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어. 이로써 지난 50 여 일 동안 전국에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 탄핵’과 ‘퇴진’을 외쳤던 국민들이 이긴 거지. 그날 저녁 대통령 직무는 중지 되었고, 대한민국은 다시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한 긴 여정에 나섰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투표자의 51.6% 지지를 얻어 첫 부녀대통령, 첫 여성대통령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왜 국민들에게 쫓겨나는 신세가 됐을까? “모든 지역과 성별과 세대의 사람들을 골고루 등용하여 대한민국의 숨은 능력을 최대한 올려서 국민 한 분 한 분의 행복과 100%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저의 꿈이자 소망”이라며 희망에 찬 출발을 했던 사람이 4년도 못 채우고 국민의 90% 이상이 ‘잘못하고 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낙인찍히고 말았을까?

내게 박근혜라는 분은 10대에 성장이 멈춘 어린애로 보이네. 먹는 것에서 입는 것까지, 심지어 대통령으로 해야 할 본연의 임무까지 남의 도움이 없으면 해낼 수 없는 미성년자야. 서양 사람들 말로 다른 사람이 이끌어주지 않으면 자신의 오성마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계몽’이 안 된 무능한 애어른이었어. 스스로를 계몽시키지 못한 미성년자를 대통령으로 뽑았으니 ‘이것도 나라냐’는 국민들의 한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고.

박근혜는 보이는 것만 보고, 보여주는 것만 보고, 들리는 것만 듣고, 들려주는 것만 듣고 판단하는 사람이었어. 그러니 무속인에 가까운 최씨 일가의 꼭두각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지. 예전에 황상민 전 연세대교수도 말했던 것처럼, 박근혜는 ‘항상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손 흔들어주는 역할’에 익숙한 배우와 같은 ‘청소년 심리상태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네. 주어진 공주 역할에만 열중하면서 스스로를 발달시키지 못했으니 아는 것도 없었고, 아는 게 없으니 국민들에게 정부의 다양한 정책들을 설명해야 하는 기자회견이 싫었지. 장관들이나 청와대 참모들과 머리를 맞대고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대면보고도 귀찮았고. 이런 사람이 대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역사를 바르게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였으니… 되돌아보면, 지난 4년 동안 우리가 참 한심하고 위험한 나라에서 살았던 거야. ‘통일이 대박이다’고 외치던 때를 생각하면 아찔해.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 중국 명나라 말기의 문장가인 풍몽룡(馮夢龍)이 지은 《고금담개 古今談慨》에 나오는 긴팔원숭이와 호랑이 이야기가 생각나네. 어느 날 머리가 간지러운 호랑이가 작은 칼처럼 뾰족한 손톱을 가진 긴팔원숭이에게 머리를 긁어달라고 부탁하지. 몸집은 작지만 나무를 잘 타는 긴팔원숭이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호랑이 머리를 긁기 시작해. 너무 오래 긁어 호랑이 머리에 구멍이 났지만 호랑이는 긴팔원숭이가 긁어주는 머리가 시원하고 기분이 좋아서 구멍이 난 걸 전혀 눈치 채지 못하네. 긴팔원숭이가 상처 구멍으로 골을 빼먹으면서 맛있다고 호랑이에게 먹어보라고 나눠줘도 알아채지 못하네. 머리를 시원하게 긁어주고 먹을 고기까지 주니 마냥 고마울 뿐이지. 불행하게도 호랑이는 뇌가 텅 비어 죽기 직전까지도 자기가 먹은 게 자신의 골수라는 걸 알아채지 못하네. 긴팔원숭이의 친절에 중독된 거지. 죽기 직전에야 알아채고 화를 내지만 긴팔원숭이는 이미 높은 나무 위로 도망쳐버린 뒤였다네. 이 우화가 박근혜와 최씨 일가의 관계를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 씁쓸하지  않는가? 

이제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은 선택은 뭘까? 박 대통령은 유난히 ‘국가와 결혼했다’는 말을 자주 했었지. 지금이야말로 자기가 그토록 사랑했던 대한민국을 위해 시급히 해야만 할 일이 무엇인지 머리 싸매고 생각해야 할 때이네. 박 대통령이 아직도 잘 모를 것 같아서 하는 말이네만, 지금 당장 그만 두는 것 외에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지난번 3차 대국민 담화에서 “임기 단축 포함 진퇴 문제,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으니, 대다수 국민들과 국회의 불신임을 확인한 이상 깨끗하게 물러나는 게 옳은 선택이야. 길게 180일이 소요되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결정을 기다리며 국민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지. 그것은 박 대통령이 자나 깨나 사랑했던 대한민국의 안녕과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아.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선택 소식 있길 기대해 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