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백승지 기자] 넥슨 지주사 NXC 김정주 대표가 뇌물공여 혐의를 벗었다. 재판부는 김 대표가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제공한 ‘공짜주식’ 등 금품이 ‘뇌물’의 성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는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처남의 청소용역업체에 100억원대 용역을 몰아주게 한 혐의 등이다. 다만 넥슨 ‘공짜주식’ 특혜 부분은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됐다. 이에 따라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정주 NXC 대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결심공판에서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13년 및 추징금, 김 대표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각각 구형했으나 이번 1심 결과로 형량이 대폭 낮아졌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로부터 받은 이익이 검사로서의 직무와 관련돼 있다고 증명할 사정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실제로도 금품이 오간 10년 동안 진 전 검사장의 직무와 연관된 현안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검사와 창업주 신분으로 만나기 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점도 고려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진 전 검사장은 공짜주식 등으로 얻은 이득에 대한 추징금 130억7000만원도 몰수되지 않게 됐다. 진 전 검사장은 앞서 2005년부터 김 대표로부터 주식을 포함해 제네시스 차량과 여행경비 등 9억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검찰 측은 1심 선고 결과 중 넥슨 뇌물 수수건에 대해 즉각 항소 입장을 밝혔다. 특임검사팀은 “일부 중요 쟁점에 수사팀과 법원이 서로 견해차를 보였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와 진 전 검사장은 친한 서울대 동기로 알려졌다. 수사과정 내내 두 사람은 친분에 의한 대가성 없는 금품 수수였음을 강조했다. 가족여행 경비 지원 등도 단순히 둘 사이의 교류로 이루어진 행위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주식대박’을 노리고 친구에게 공짜로 주식을 넘기는 행위 자체가 ‘특혜’라는 지적을 면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또 넥슨 주식취득 수사 과정에서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가 “내 돈으로 샀다” “회삿돈을 빌려줬다” 등 엇갈린 증언을 한 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