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맥락에서 소수파인 비박계는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탄핵정국에서 예상보다 많은 찬성표를 얻었지만, 여전히 과반이상은 친박계이며 당권도 여전히 친박계에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가 당권을 놓지 않고 버틸 경우, 비박계는 뿔뿔이 흩어져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분석이다. 이미 친박 지도부는 8명의 윤리위 인사를 친박계로 채우고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출당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 신당창당 예고한 김무성, ‘보수정통성’ 확보 밑작업 가동
일단 비박계는 ‘당내 투쟁’을 먼저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공개적으로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고 있지만, 비박계에 심정적으로 동의하는 인사가 더욱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탈당과 신당창당을 하기 위해서는 당내에서 충분히 명분을 쌓아야 한다는 전략도 이면에 깔려있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조직과 500억 여원의 자산 때문에 탈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비박계 내부에서는 자금과 같은 ‘유형의 자산’은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 분명하다.
비상시국위원회의 대변인격인 황영철 의원은 “우리 비상시국위원회는 현재 새누리당 자산의 단 1원도 가질 생각이 없다”며 “당 자산과 관련한 욕심 때문에 탈당과 분당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고 못 박았다.
비박계의 한 관계자는 “당사나 500억 여 원의 자금과 같은 유형자산은 아무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보수 정통성’이라는 새누리당이 가지고 있는 무형의 자산”이라며 “신당을 창당한다고 했을 때, 성공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에 있는 보수 정통성을 가져와야 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 김무성=김한길 모델, 유승민=박근혜 모델
탈당과 신당창당설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았다. 김 전 대표는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을 만들어야 된다는 것에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동지들과 신중하게 고민을 같이 하고 있고, 여론 수렴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을 깨고 신당창당을 하기 위한 일종의 ‘명분쌓기’로 정치권은 해석하고 있다.
다만 비박계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김 전 대표와 다소 결이 다르다. 친박계를 축출해 당 헤게모니를 되찾아 와야 한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같지만, 탈분당과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선을 그어왔기 때문이다. 굳이 전례를 들자면, 김 전 대표의 구상은 열린우리당을 붕괴시켰던 김한길 전 의원 모델에 가까운 반면 유 전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와 선을 긋는데 성공했던 ‘박근혜 비대위체제’ 모델을 구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유 전 원내대표는 “여전히 당내에서 끝까지 투쟁하고 탈당은 마지막 카드라는 생각이기 때문에 지금은 탈당 생각이 없다”며 “탈당은 시기적으로 지금 꺼낼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은 당 개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친박과 비박의) 봉합이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비추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