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성남시장은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가 출연한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 관람한 뒤 관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금 우리 국민은 하나의 집단지성을 가진 유기체”라면서 “국민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성남=소미연 기자] “트럼프와 비교해서 미안합니다.”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의 사과에 관객들의 웃음이 터졌다. 비교의 대상이 된 이재명 성남시장도 호탕하게 웃었다. 김용옥 교수는 보수 언론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을 ‘가볍게 보려는 자세’를 꼬집으려다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를 떠올렸다. “트럼프가 처음 나왔을 때 누구도 시리어스(serious)하게 보지 않았지만, 결국은 그 사람으로 결집된 시리어스한 민중이 대선 승리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 그런 점에서 ‘이재명’으로 결집되는 세력은 “새로운 질서를 갈망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고개를 끄덕였고, 관객들은 박수를 보냈다.

◇ 도올 김용옥 교수 “행정력 입증된 이재명, 새바람 기대”

두 사람의 만남은 김용옥 교수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 주연 배우로 고구려의 발자취를 쫓은 김용옥 교수는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을 초청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흔쾌히 응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12일 오후 8시 함께 영화를 관람한 뒤 관객들이 참여하는 이야기장을 열었다. 웃음은 끊이질 않았다. 역사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고, “국민을 믿어야 한다”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명쾌한 결론에 박수가 쏟아졌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 자리에서 국민의 저력을 강조했다. 이른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집회에 대해 ‘거대한 물결’과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로 표현한 그는 “지금 우리 국민들은 과거처럼 분리된 개별 알갱이가 아니라 하나의 집단지성을 가진 유기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지배당한 정치를 지배하는 쪽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게 그의 현 상황 진단이다. 여기서 관객들은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대통합을 이뤘다”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풍자 때문이다.

“안희정 오해…노영민 만난 적 없어”

이재명 성남시장은 깜짝 놀란 눈치였다. 12일 성남에 있는 한 극장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노영민 전 의원이 진짜 그렇게 말했느냐”고 다시 물었다. 이날 충북인뉴스 보도에 따르면, 노영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선 후보가 될 생각이 없고,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면서 ‘사이다’ 같은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해당 기사를 확인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노영민 전 의원을 만난 적이 없고, 그런 말을 한 일도 없다”고 답했다. 그리곤 “대선 출마 선언을 해야 겠다”며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곧 생각에 잠겼다. 공교롭게도 이날 안희정 충남지사가 자신의 라디오 인터뷰 내용을 ‘반문재인 연대’ 제안으로 해석하면서 진땀을 흘린 만큼 마음이 복잡해 보였다.이재명 성남시장은 반문 연대 논란에 대해 언론의 과한 해석이 부른 ‘오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공격수가 잘 하고 있지만, 수비수와 골키퍼가 잘해야 한다. 5골을 넣었어도 7골을 먹히면 진다’는 설명까지 했는데 왜 반문 연대로 해석이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팀플레이하자고 한 말을 안희정 지사가 오해를 한 모양”이라고 설명했다.결국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답장을 남겼다. 그는 “지금까지 개인적 이익을 위해 대의와 명분을 저버린 적이 없다고 자부한다”면서 “이재명은 ‘반’이나 ‘비’자가 들어가는 패거리 정치는 해온 적도 없고, 앞으로 할 일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를 배제하려는 제3지대 이야기가 나왔을 때 ‘누군가를 배제하는 방식의 제3지대는 국민의 신뢰도, 지지도 받을 수 없다’고 답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이재명 성남시장은 김용옥 교수의 걱정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정국이 혼란에 빠진 지금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람이 “욕을 잔뜩 먹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국민의 집단 지성의 수준이나 실천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말했다. 도리어 그는 “거대한 국민적 에너지가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게 할 것”이라면서 “힘들기보다 널널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설명에 김용옥 교수는 “정치인은 희망을 갖는 게 좋다”는 답변으로 수긍했다. 관객들은 또 웃었다.

김용옥 교수는 “비관적인 미래에 어떻게 하루를 살겠나. 낙관론이 훌륭한 정치인의 용기고, 투지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한 긍정 평가는 계속됐다. 현재 이재명 성남시장이 부상하게 된 것은 “행정력이 입증됐다”는 증거이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우리 역사를 새롭게 진작시킬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그는 “선거처럼 재밌는 드라마가 없다”면서 “드라마를 재밌게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스타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고개를 숙여 감사의 마음을 나타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드는 게 진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손해 볼 각오를 하고 정면돌파를 택한다”고 말했다. 종북몰이도 그랬다. 실체가 없는 허깨비 공격에는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성남시장을 지지하는 보수진영의 비율이 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옥 교수는 “우리나라 보수도 상식적이다. 무엇이 정의로운지 알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로 보수와 진보라는 피상적인 논의를 털어버리자”고 제안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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