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국정원 출신 사외이사 뒤늦게 논란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우리카드가 국정원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한 사실이 뒤늦게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금융 분야에 경력이 없어 사외이사로서 전문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인데, 특히 해당 사외이사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인척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져 구설을 낳고 있다. 

◇ 금융 전문성ㆍ반기문과 인척 관계 도마위 

최근 경제개혁연구소는 국내 109개 금융사의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2016년 금융회사 사외이사 분석 보고서’에서 “전체 사외이사 447명 가운데 46.1%인 206명이 독립성이나 전문성 면에서 보다 철저한 자격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개별 사외이사의 경력을 ▲금융업 관련성 ▲고위공직자 및 정치활동 경력▲장기 재직 ▲겸직 문제 ▲이해관계 및 이해충돌 ▲학연 및 기타 친분관계 등 6가지 측면으로 나눠 살펴봤다. 그 결과 자격 논란이 제기될 수 있거나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외이사들을 선정해 공개했다. 

이 가운데는 우리카드의 반채인 사외이사도 포함됐다. 우리카드의 반채인 사외이사는 국가정보원 출신으로 금융업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2009년 6월까지 30년간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한 인사다. 퇴임 이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자금중개 비상임 감사로 일한 경력이 있다. 회사 측은 법률, 행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사외이사 추천 이유로 들었지만, 해당 경력이 금융업 전문성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설명이 필요하다고 경제개혁연구소는 지적했다. 

선임 절차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3월 2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3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한 뒤 며칠 후 4월 3일 임시주주총회를 따로 열어 반채인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했다. 규정상 사외이사 선임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후보추천위는 임시주총 당일에 열린 것으로 알려져 제대로된 검증 절차를 거쳤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 선임 절차도 의문… 추천 당일 임시주총서 통과?

또 그가 대선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인척이라는 점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반채인 사외이사는 2014년 말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 씨와 함께 ‘비트허브’의 상임고문을 맡기도 한 바 있다. 비트코인 등 전자·가상 화폐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매체로 알려진 ‘비트허브’가 대선 외곽조직이란 소문에 휘말리자 반기상 씨와 그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반 이사의 선임 과정에서도 반 총장의 후광이 자리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구설이 나오고 있다.

이에 해당 사외이사의 선임 배경에 대해 우리카드 측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반채인 사외이사는 “우리은행쪽으로부터 임시주총 며칠 전에 후보로 추천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모 회사인 우리은행이 사외이사 추천에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일었지만, 우리은행 측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부인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카드는 자회사이지만 별도의 법인이고, 자체적인 사외이사추천 시스템이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은행이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격 논란에 휘말린 반 사외이사는 이사회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지난해 3월 5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상설기구화해 이사회의 의결로 신설했다. 이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반채인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또 올해 9월 23일에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폐지하고 대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했다. 현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장도 반채인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