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단지 20미터 인근에 호텔이 들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좌측은 호텔이 들어설 부지, 우측은 아파트 단지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애초에 공공용지로 지정된 보금자리주택지구에 호텔이 포함되고, 이를 위해 용도변경까지 된 것이 말이 되느냐.”
서울 서초구 내곡 보금자리주택지구에 ‘호텔’이 들어서는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와 중학교 옆에 호텔이 들어선다는 점에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격렬해서다. 무엇보다 애초 복합환승센터와 중학교 용지로 정해진 계획이 갑자기 호텔부지로 용도변경 되는 등 석연찮은 정황이 많다. 공교롭게도 호텔 부지를 낙찰받은 업체가 박근혜 대통령의 외사촌 회사라는 점에서 특혜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다.

◇ 주거밀집지역 부지 일부, 갑자기 호텔로 용도변경

논란의 중심에 선 곳은 서울 서초구 신원동 271-21번지 일대 부지다. 서초구 내곡지구 서초포레스타6단지 인근으로, 이곳에 지하3층~지상5층짜리(4000㎡ 규모) 호텔(오라카이 서초 관광호텔)이 지어지고 있다.

당초 이곳은 지난 2009년 국토부가 ‘서울 내곡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한 부지다. 복합환승센터와 중학교 용지로 정해졌지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2011년 말 호텔부지로 변경됐다. 이로 인해 근처 중학교 건립 계획은 폐지됐다. 일부 매체는 이 과정에서 국토부가 관할 구청인 서초구청과 별다른 협의 없이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승인하고 고시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해당 지구 사업 시행기관인 SH공사는 2012년 6월 분양공고를 냈고, 금보개발은 1300평 가량 부지의 호텔 용지에 단독 응찰해 낙찰 받았다.

주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서초포레스타 6단지 호텔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주민들은 해당 부지에 호텔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온라인 민원 운동을 시작해 지난해 5월 1700장이 넘는 ‘호텔반대 주민 의견서’를 서초구청에 제출했다. 이로 인해 7차 건축위원회(2015년 7월 22일)에서 건축허가 제한이 의결됐다. 하지만 금보개발은 서초구청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올 1월 서초구청의 건축허가거부를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 금보개발이 짓고 있는 호텔 조감도. 박근혜 대통령 외사촌 회사로 알려진 금보개발은 서초구 내곡지구 서초포레스타6단지 인근에 지하3층~지상5층짜리(4000㎡ 규모) 호텔(‘오라카이 서초 관광호텔’)을 짓고 있다. <시공사인 한라 홈페이지>
이에 대해 비대위 관계자는 “애초에 공공용지로 지정된 보금자리주택지구에 호텔이 포함되고, 이를 위해 용도변경까지 된 것이 말이 되느냐”며 “주민들은 격렬한 반대 민원에 의해 허가가 거부된 사항이 행정 심판에 의해 다시 뒤집혀 건축허가가 난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금자리주택지구 변경 승인을 위해선 반드시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거쳐야 한다(토지이용규제기본법 제8조 1항)”며 “하지만 서초구청 등은 주민공청회 등 충분한 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건축심의를 완료하고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지구계획 변경부터 건축허가 신청까지 모든 과정이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 금보개발 최대주주인 투자운용사, 정부 추진 모태펀드 대거 선정되기도 

주목할 점은 이 같은 ‘행운’을 거머쥔 주인공이 박근혜 대통령의 친척 회사라는 사실이다.

해당 지역에 호텔을 짓고 있는 ‘금보개발’은 정원석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곳이다. 정원석 씨는 고(故) 육영수 여사 언니 육인순 씨의 딸인 홍지자 씨의 장남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이종사촌 조카(외조카)인 셈이다. 업계와 해당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호텔 부지 낙찰에 이 같은 배경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금보개발은 자사가 대주주로 있는 투자운용사를 통해 지난 2014년 정부가 추진한 ‘모태펀드’에 대거 선정되면서 특혜 의혹을 받은 바 있다.

▲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의 외사촌이 소유한 기업이 대주주로 있는 투자회사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정부 펀드 신청 자격조차 없는 상황에서 운용사로 선정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모태펀드’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일정 금액을 출원해 민간투자를 끌어들여 조성하는 펀드를 말하는데,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당시 정부가 추진하는 모태펀드 중 4개 모태펀드에 투자조합운용회사로 선정됐다. 운용 규모만 870억원대에 달했다. 하지만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최대주주가 금보개발인데다 금보개발이 최대주주로 등극하자마자 ‘870억원’대의 정부 모태펀드에 선정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컴퍼니케이파트너스’를 지목하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박원석 의원은 “과거 정부주도 펀드 운용사 선정에서 탈락하거나 투자자모집에 실패한 바 있는 회사가 정원석 씨가 소유한 금보개발이 대주주가 된 올해에는 4번 도전해 모두 성공한 것”이라며 “누가 봐도 합리적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국민의 혈세로 조성한 펀드가 대통령 친인척 손에 맡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자칫 친인척 특혜, 권력형 비리로 확대될 소지가 있는 만큼 차제에 청와대 차원의 진상조사와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특혜없이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를 거쳐 펀드 운용사로 선정됐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현재 인근 주민들은 사업계획승인을 내준 서초구청 상대로 지난 2일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한편 본지는 각종 의혹과 관련된 입장을 듣기 위해 금보개발 측에 여러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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