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탈 의혹이 불거진 포스코건설 송도 타옥 '포스코 E&C 타워'.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올해 실적악화와 엘시티 의혹 등에 휩싸이며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포스코건설. 2017년 새해를 보름여 앞둔 가운데 포스코건설이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 10년 가까이 동업해온 시행사의 지분을 강탈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관련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포스코건설의 도덕성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임대비 갈등 ‘포스코 E&C 타워'… 이번엔 강탈 논란

겹악재에 시름하고 있는 포스코건설이 동업자의 지분을 강탈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19일 부동산 시행사인 테라피앤디는 “포스코건설이 인천송도사옥 신축과 임대사업을 위해 9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공동사업을 펼쳐온 ‘피에스아이비(PSIB)’의 우리 지분 51%를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동업자에서 견원지간이 된 포스코건설과 테라피앤디의 만남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대형 건설사와 중소 시행사가 손을 잡은 건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를 완성시키기 위함이었다. 인천 송도의 랜드마크인 ‘포스코 E&C 타워’를 설립하는데 뜻을 같이했다. 최근 부영주택에 매각된 포스코건설의 사옥이 포스코 E&C 타워다.

사업 진행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2008년 포스코 E&C 타워 신축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인 PSIB를 설립했다. 포스코건설과 테라피앤디의 지분은 각각 49%와 51%. 금융권으로부터 사업 자금에 사용될 36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대출 받는 일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로부터 2년 뒤 두 회사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2010년 7월 건물이 준공되고 입주가 시작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임대료 때문이었다. 쌍둥이 빌딩인 포스코 E&C타워 가운데 A동에 입주한 포스코건설은 PSIB 측에 임대비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포스코건설의 임대료 연체는 1년간 계속됐다. 월 평당 6만원인 포스코건설의 송도 사옥 임대 체불액은 입주 1년 만에 100억원을 넘었다. 포스코건설이 임대료 지급을 미룬 건 임대비 인상안을 두고 법인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료를 둘러싼 두 회사의 줄다리기는 3년간 이어졌다. 어느새 체불된 임대료는 330억원까지 불어났다. 결국 수백억에 이르는 임대료 원금과 이자 문제는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2014년 법원은 테라피앤디가 실질적 경영권을 쥐고 있는 PSIB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포스코건설은 130억원대 대금을 PSIB에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공방은 장기전으로 돌입했다. 포스코건설과 PSIB 측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하면서 항소심이 시작됐다. 올해 초 관련 재판을 진행한 고등법원은 원심 선고 금액에서 70억원 가량을 더한 금액을 포스코건설이 PSIB 측에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포스코건설이 밀린 임대비 200억원을 완납하면서 봉합된 것으로 알려진 송도 타옥을 둘러싼 분쟁이 새 국면을 맞을 조짐이다. PSIB 최대주주였던 테라피앤디가 천신만고 끝에 얻어낸 임대비를 포함해 자산 가치 4000억원에 이르는 송도 타옥 전체를 강탈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 시행사 테라피앤디 “새벽에 임시주총 열고, 지분 빼앗아”

지난 7월 포스코 송도 타옥의 주인이 바뀌었다. 그간 2대 주주에 머물러있던 포스코건설이 최대주주가 됐다. 테라피앤디가 보유한 PSIB의 지분 51% 마저 포스코건설에게 돌아갔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진들로 새롭게 포진했다. 강신우 대표를 포함한 포스코건설 인물인 3명의 사내이사와 감사가 PSIB의 새 임원진으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포스코건설의 지분 매입이 석연찮은 과정을 거쳐 이뤄진 정황이 드러났다. 야심한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에 단독임시주총을 통해 경영권이 뒤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테라피앤디 측은 “포스코건설이 PSIB가 금융권에 갚아야할 3600억원에 이르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임의변제한 뒤 담보권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지분을 빼앗았다”고 말했다.

PF 대출 대금 만기일 하루 전인 6월 30일, 포스코건설이 일방적으로 대위변제하고 PSIB의 나머지 지분을 ‘강탈’했다는 얘기다. 다음날인 7월 1일 0시 10분 강 대표를 새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도 타옥 헐값 매각 의혹도 불거졌다. 최근 송도 타옥은 중견건설사 부영그룹에 매각됐다. 매각 금액은 3000억원이다. 이 관계자는 “4600억원에 매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이 있었음에도 포스코건설이 헐값에 건물을 팔았다”며 배임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본지는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포스코건설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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