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저도 아이 둘 가진 아버지로서 가슴 아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국회 청문에서 삼성반도체 공장 백혈병 사망자 관련 질문을 받고 남긴 말이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이어 “고(故) 황유미 씨는 24살에 죽었고, 삼성은 그 앞에 500만원을 보상금으로 내밀었다. 알고 있나”라고 질문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답변은 “그것은 몰랐다”였다. 또 “정유라에겐 300억원을 주고, 황유미 씨에겐 500만원을 내미느냐. 추악한 정경유착이 사라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느냐”고 물었고,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하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틀 뒤, 또 한 명의 삼성반도체 노동자가 병으로 삶을 마감했다. 52세 황모 씨가 지난 8일 새벽 끝내 사망한 것이다.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측은 황씨가 자신들에게 제보된 78번째 사망자라고 밝혔다.

그는 2011년 1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협력업체 직원으로 일했다.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취급하는 각종 화학물질을 보관하고 공급하는 CCSS룸(Central Chemical Supply System)이 그의 일터였다. 황씨는 화학물질이 담긴 드럼통을 운반해 설비에 연결하는 일과 함께 드럼통 위에 화학물질이 고이거나 드럼통 안에 연결 호스가 들어가면 이를 닦고, 빼는 일 등을 했다.

잇따른 사업 실패를 거쳐 어느덧 40대 후반의 나이가 된 그에게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감사는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1년 3개월 만에 그는 ‘피부T세포 림프종’ 진단을 받았고, 이어 ‘말초성 T세포 림프종’ 진단도 나왔다.

황씨는 투병 생활 중 반올림과 함께 산재신청에 나섰다. 그러나 2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도록 결론은 나오지 않았고, 그 와중에 황씨는 끝내 숨졌다. 삼성전자가 갑작스레 입장을 바꿔 실시한 보상에는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삼성전자가 보상 기준에 ‘2011년 1월 1일 이전 입사자’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반올림 측은 “반도체 공정이 자동화 될수록 화학물질 공급도 밀폐된 설비 안에서 자동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람이 화학물질에 직접 노출되는 빈도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화학물질을 운반·관리·유지·보수하는 일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사람이 화학물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일은 보통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맡는다. 위험이 외주화 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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