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던롭스포츠코리아 홍순성 대표.<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던롭스포츠코리아 홍순성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다. 홍순성 대표를 검찰에 고소한 이는 홍 대표의 부친이 동업자를 배신하고 빼돌린 판매권으로 오늘날의 성공을 이룩했다는 주장이다. 홍순성 대표에 대한 첫 공판은 23일로 예정돼 있다. 만약 재판과정에서 회사 사업권이 갈취를 통해 얻어진 정황이 드러날 경우 향후 사업권 존속여부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아버지세대, 동업자 간 갈등… 아들세대로 이전

국내 메이저 골프용품 전문업체 ‘던롭스포츠코리아’가 사업권 갈취 논란에 휩싸였다. 연매출 700억원을 올리는 골프용품 시장 2위 업체의 창업배경에 석연찮은 사연이 얽혀있다는 지적이다. 홍순성 대표의 매형인 던롭타이어코리아 이성언 대표도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던롭스포츠코리아 홍순성 대표와 던롭타이어코리아 이성언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동업자를 배신하고 일본 던롭사의 독점 판매권을 빼돌린 혐의다. 첫 공판은 오는 23일 열린다.

둘을 검찰에 고소한 장본인은 홍순성 대표 부친과 함께 ‘삼협교역’이라는 회사를 공동창업한 현모 회장의 아들이다. 부친 홍종명 대표의 공동창업자였던 현모 회장의 아들 A씨가 아버지 세대에서 시작된 사업권 갈취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며 나선 것이다.

문제의 시발점은 1981년 고(故) 홍종명 전 회장이 현 회장과 생전에 설립한 교역업체 ‘삼협교역’이다. 1996년 삼협교역은 일본 던롭으로부터 10년간 골프용품·테니스용품·타이어 독점 판매계약을 성사했다. 10년 간 자동 갱신되는 계약으로, 사업은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다.

갈등은 홍종명 대표가 ‘다른 주머니’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홍종명 대표는 2003년 현 회장 몰래 삼화기연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2010년까지 삼협교역의 던롭 측 영업권을 가로채 삼화기연으로 판매제품의 수입경로를 바꿨다. 결국 삼협교역은 매출부진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2005년 던롭 제품의 수입·판매를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삼화기연은 약 16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 사업권 넘겨받은 아들회사는 전범기업과 ‘맞손’

던롭스포츠코리아 관계자는 “삼화기연과는 그저 가족기업일 뿐”이라며 “고소건에 대해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고 말했다. 던롭타이어코리아 관계자도 “해당 고소 사건은 대표님의 개인적 사안으로 알고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삼화기연과는 사업권 이양 등 어떠한 연관관계도 없다”고 밝혔다.

아버지세대에서 끝나는 듯 했던 사업권 갈등은 아들 홍순성 대표가 삼화기연으로부터 골프 사업권을 넘겨받으며 계속된다. 홍순성 대표는 2011년 1월 던롭스포츠코리아를 세우고 삼화기연의 골프용품 영업 부분을 214억원에 양도받았다. 삼협교역이 2005년 일본 던롭과의 해당 사업권 갱신을 앞두고 문을 닫아야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들 홍순성 씨는 아버지 회사에서 골프 사업권을 이양 받으면서 전범기업과 손을 잡았다. 영국브랜드로 알려진 ‘던롭’은 사실, 전범기업의 대명사인 일본 스미모토그룹의 영국 자회사인 던롭고무 소유의 브랜드다.

홍순성 대표가 2011년 세운 던롭스포츠코리아는 일본 던롭과의 합작법인이다. 전범기업 스미토모그룹계열의 원류자금을 지원 받아 출범한 셈이다. 회사 지분은 일본 던롭이 50% 보유하고, 나머지를 홍 대표와 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배당성향도 높은 편이라 국부유출 논란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한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홍순성 대표의 이미지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 ‘가업’을 이어가는 사업가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홍순성 대표는 “가업을 도와야 한다는 가족의 요청으로 한국에 돌아와 부친이 운영하던 회사의 과장으로 입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친에게 물려받은 ‘사업권’의 뿌리가 사실은 ‘갈취’에서 비롯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던롭스포츠코리아에 심각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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