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마이크를 잡고 개헌 강의에 나섰다. 김 전 대표의 이번 강의는 새누리당 내 개헌찬성파 세력인 ‘국가변혁을 위한 개헌추진위원회’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김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87년 개헌의 산물인 ‘대통령 직선제’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을 꼭 직선제로 뽑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이젠 일반 국민들도 인식했다”면서 “정당타협을 통해 국민이 믿을 수 있는 대통령을 뽑는 것도 향후 개헌 논의 과정에서 토론을 해보면 (대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의원내각제의 개헌에 힘을 실은 말이다.
김 전 대표는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를 향해 “대선 공약으로 (개헌을) 약속하고 선거가 끝난 다음에 개헌하겠다는 분들, 가만히 보면 제왕적 대통령제 향수가 많은 분들”이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대선 시기에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다음 정부 초기에 개헌을 이루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개헌 강연에 참석했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찬사를 보냈다. 참석한 의원 중 일부는 김 전 대표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이날 이주영 의원과 정진석 전 원내대표, 김광림 전 정책위의장 등 비박계 새누리당 인사들이 주로 참석했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김 전 대표의) 후보 추대 찬성”이라며 “새누리당 후보로 모시겠다”고 밝혔다. 정준길 새누리당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도 “(김 전 대표가) 개헌을 내걸고 다시 새누리당으로 와서 대선후보로 나서줄 수 없느냐”고 말했다.
김 전 대표와 새누리당 비박계 간 우호적인 분위기 형성에 따라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이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비박계의 새누리당 탈당이 가시화되면서 이같은 전망에 더욱 무게감이 실렸다.
비박계 황영철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당내 쇄신과 변화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이 모든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며 “마지막 요구였던 유승민 비대위원장도 오늘 의원총회 논의 결과를 봤을 때 거부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결단할 때”라면서 사실상 탈당을 선언했다.
한편 김 전 대표는 이번 강연에 앞서 ‘개헌전도사’를 자처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지난 16일 만나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론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