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사실상 대권 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사진은 반 총장이 모로코 국제회의 참석 중 AP 통신과 특별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 AP/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대권 잠룡 ‘빅3’에 속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귀국에 야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년 1월 귀국하는 반 총장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한 몸 불살라서 노력할 용의가 있다”며 대권 도전 의지를 밝히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반 총장의 행보와 관련해 우리 문학의 정수 중 하나인 전광용의 단편소설 ‘꺼삐딴 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반 총장과 소설의 주인공 이인국 박사가 닮아도 꼭 빼닮았기 때문”이라며 “이인국 박사는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는 친일, 소련군 점령하의 북한에서는 친소, 월남 뒤 미군정이 들어선 남한에서는 친미로 얼굴을 바꿔가며 성공을 거듭해온 기회주의자”라고 했다. ‘기름장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반 총장을 ‘기회주의자’에 빗댄 것이다.

민주당 소속 대권주자들도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악총장이라는 세계 유수언론의 평가도 있지만 총장께서는 ‘우려’외에 어떤 성과를 냈다는 걸 찾지 못했다”면서 “가면을 바꿔 쓰고 친일독재부패세력의 꼭두각시가 되려한다면 촛불광장 시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그 슬픈 죽음에 현직 대통령 눈치 보느라 조문조차도 하지 못했던 분”이라며 “정치판에 기웃거리지 않는 것이 한국 최초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했다는 우리 국민과 충청의 자부심을 훼손하지 않는 유일한 길일 것”이라고 적었다.

국민의당은 반 총장에 ‘러브콜’을 보냈다.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반 총장의) 경험들을 국가를 위해서 활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동의한다”면서 “그 분이 그동안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까 했는데 한국 정치현실을 제대로 알고 박근혜 리더십에 국민이 배신당했다고 얘기한 것도 한국정치를 제대로 진단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정도라면 우리와 같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반 총장이) 국민의당에 대해서 굉장한 흥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당으로 와서 강한 (대선) 경선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지금도 현직 유엔사무총장이고 아직 정치를 하겠다고 입장표명을 확실히 하지 않았다”며 “그 이후에 생각해볼 부분”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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