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과환경 이병용 대표이사.<자연과환경 홈페이지 캡처>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환경생태복원 선도기업 ‘자연과환경’이 경영권 분쟁에 악전고투하고 있다. 밖에서는 경영권을 노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안에서는 소액주주들의 경영진 퇴진요구가 빗발친다. 회사는 M&A 상대사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경영권 방어에 나섰지만, 저조한 실적에 주도권 회복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 경영권 ‘호시탐탐’… 기댈 곳이 없다

자연과환경 이병용·정대열 각자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서적 도매기업 ‘쓰리디엔터’가 호시탐탐 경영권 획득 기회를 노리고 지분 보유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어서다. 여기에 핵심 경영진의 해임을 바라는 소액주주들의 요구에 내년 1월 임시주주총회까지 열릴 예정이다.

경영권 분쟁의 움직임은 올해 6월부터 시작됐다. 쓰리디엔터는 최근 경영권 참여를 위한 지분 매수를 수차례 단행하고 있다. 8월 한 달 동안 4일부터 22일까지 6차례의 공시를 통해 특별관계자 108명과 함께 자연과환경 주식 10.96%를 확보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불어난 지분은 11.07%에 달했다. 쓰리디엔터는 보유 목적에 대해 “경영 참여 및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상당량의 주식을 확보하자 쓰리디엔터는 ‘입지 굳히기’에 돌입했다. 자연과환경의 ‘제3자 유상증자발행’ 등 신주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9월 9일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은 “보전할 권리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사건을 기각했다. 쓰리디엔터는 굴하지 않고 항고를 접수해 현재도 분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외적 압박이 심화되는 가운데, 소액주주들은 자연과환경 경영진의 무능함을 질타하고 나섰다. 최근 5년간 적자행진을 이어가는데 책임을 묻고 현 경영진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김동욱 외 16명의 소액주주는 내년 1월 10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주요 의안은 이사 해임 및 신규 이사 선임에 대한 건이다.

자연과환경은 2013년 352억원을 기점으로 매출이 가파르게 감소했다. 올해 3분기 누적기준으로 82억까지 뒷걸음질 쳤다. 영업손실은 2012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은 약 4억으로, 작년 같은 기간 8800만원에 비해 359% 손실폭이 급증했다.

◇ ‘먹튀 논란’ 고구미, 제2의 희생양 물색?

양사 간 지분싸움이 법적분쟁으로 불거지자 자연과환경도 최근 적극 대응에 나섰다. 이달 2일 쓰리디엔터 정정순 대표이사 외 2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검찰 고소한 것이다. ‘시세조종행위’와 ‘부정거래행위’ 관련 혐의가 적용됐다.

자연과환경 관계자는 “이번 피고소인들은 앞선 4월 다른 상장법인의 사례에 나타났던 인물들과 중복되는 인물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연과환경 적대적 인수합병에 나선 쓰리디엔터의 주도세력이 지난 4월 제미니투자 ‘먹튀’ 논란을 일으킨 ‘고구미’ 임원들로 확인됐다. 당시 고구미는 창업투자회사 제미니투자에 적대적 인수합병을 선언한 뒤 한 달 만에 2배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지분을 전량 매각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 자연과환경 소액주주가 제출한 신규선임 이사 추천후보 목록.<전자공시 캡처>
고구미의 대표이사였던 고유철 씨는 쓰리디엔터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는 쓰리디엔터 사내이사에 등재됐다. 주목할 점은 소액주주들이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신규 선임하려는 이사후보 가운데서도 고구미 임원이 포착된다는 점이다. 소액주주가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 중 나수자 씨는 올해 3월 고구미 사내이사로 취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신규 사내이사 후보 박흥수 씨는 쓰리디엔터 현직 감사다.

자연과환경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이 신규이사로 선임하려는 후보들은 회사에서도 잘 모르는 분들이지만, 개중에는 시인 등 경영과 무관한 분들도 다수 포함됐다”며 “내년 주총을 결의하신 쪽은 소액주주지만, 쓰리디엔터와 소액주주분들의 연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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