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집회가 시작된 10월 말부터 최근까지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흐름. 박근혜 탄핵가결을 분수령으로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데이터=리얼미터>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이 2주 연속 하락했다. 무섭게 치고 올라왔던 상승세가 무색하게 하락폭(4.3%p)도 컸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가결 이후 지지율 상승 동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모양새다.

실제 <리얼미터> 정례조사에서 나타난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박근혜 탄핵’을 부르짖었던 촛불집회의 열기와 일치한다. 촛불집회가 시작되기 전인 10월 3주차 이 시장의 지지율은 5.3%로 나타났다. 이는 박원순 시장이나 안희정 지사, 유승민 의원 등 군소 대권주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1차 촛불집회가 시작된 10월 29일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정점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인 12월 1주차에 찍었다. 16.2%의 지지율을 얻은 이 시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를 멀리 따돌림과 동시에 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자리까지 넘봤다. 전국 220만 명이 모이는 등 촛불의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시기에 이 시장의 지지율도 대폭 상승한 셈이다. 최순실게이트 국면의 가장 큰 수혜자가 이 시장이라는 평가가 수치로 확인되는 대목이다.

최근 이 시장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도 이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탄핵가결이라는 목표달성 이후 촛불집회의 열기가 다소 줄어드는 것이 이 시장의 지지율에 반영됐다는 얘기다. 이 시장의 지지율은 12월 2주차 14.9%로 다소 주춤했고, 22일 발표된 3주차 주중동향에서는 3% 포인트 추가 하락한 11.9%를 기록했다. 

앞으로 이 시장의 지지율이 어떻게 흘러갈 지 관측은 분분하다. 박 대통령의 탄핵결정까지 집회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나, 전과 같은 폭발력은 당분간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지율 상승 동인이 없어진 만큼,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분석과 ‘조정기’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분명한 것은 존재감이 커진 이 시장이 대선주자로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표를 능가할 대권주자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이 시장의 행보에 달렸다는 얘기다.

‘변방의 장수’를 자처하는 이 시장은 새로운 정책이나 슬로건 보다는 ‘실행력’을 적극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시장은 기득권과 부패청산, 불공정 타파 등 당위적인 메시지를 전하면서 누가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불공정·불평등 같은 현 사회문제는 정책이 없어서 생긴 게 아니다. 해답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누차 강조한 바 있다.

변수는 문 전 대표 등 당내 경쟁자들과의 관계설정이다. 당 안팎에서는 치열하고 건강한 경선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지만, 과열양상으로 번지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례로 지난 주 이 시장의 강도 높은 발언이 이른바 ‘반문연대 결성’으로 와전되면서 양측 지지자들 사이에 격돌이 벌어진 바 있다. 이 시장은 “등 뒤에 내리꽂힌 비수”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한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민주당 내에서 문재인계와 이재명계가 SNS 상에서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자구도에서 반기문, 안철수, 안희정, 박원순은 올랐는데 문재인과 이재명만 떨어졌다”며 “탄핵 이후 민주당 내에서 지지층이 균열하고 있는 모습인데 이 부분이 대선을 앞두고 굉장히 큰 상징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경선룰과 관련해 양 계파가 조심스럽게 접근을 해야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사의 여론조사는 10월 3주차부터 12월 3주차까지 리얼미터 정례조사를 인용했다. 유무선 전화면접 및 ARS, 스마트폰 앱 방식으로 조사했다. 평균 응답률은 10% 내외,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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