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차 딜러 업계 라이벌인 코오롱와 효성이 올해 엇갈린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수입차 딜러 업계 ‘양대산맥’이자 라이벌로 통하는 코오롱그룹과 효성그룹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쏠쏠한 수익처이자 3세들의 자존심이 걸린 부문이기에 더욱 주목을 끈다.

코오롱과 효성은 대기업계열의 수입차 딜러사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벤츠의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와 대기업계열 딜러사를 운영 중인 KCC 등도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수입차 딜러 업계 ‘라이벌’로는 코오롱-효성이 1순위로 꼽힌다. 특히 양측 모두 오너일가 3세가 수입차 딜러 사업에 깊숙이 관계돼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주력 브랜드도 수입차 업계 1·2위를 다투는 BMW와 벤츠다. 여러 면에서 마주치는 지점이 많다.

먼저, 코오롱은 코오롱글로벌과 코오롱아우토, 코오롱오토모티브 등을 운영 중이다. 코오롱글로벌은 1987년부터 BMW를 판매해오고 있으며, 고급차의 대명사 롤스로이스도 판매 중이다. 지난 7년간 수입차업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BMW에서 가장 큰 비중을 자랑한다. 지난해 설립한 코오롱아우토와 올해 초 설립한 코오롱오토모티브는 각각 아우디, 볼보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효성은 벤츠 딜러사인 더클래스효성을 필두로 효성토요타, 더프리미엄효성, 신성자동차, FMK, 효성프리미어모터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벤츠 딜러사 중 두 번째로 큰 비중을 갖고 있고, 토요타, 렉서스, 페라리, 마세라티, 재규어, 랜드로버 등의 브랜드와 손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까지 실적 면에서는 코오롱이 한 발 앞서 있다. 코오롱글로벌의 지난해 수입차 부문 매출은 9459억원, 영업이익은 317억원이었다. 반면 효성의 주력인 더클래스효성은 7077억원의 매출액과 23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 벤츠의 비상과 아우디의 몰락… 코오롱-효성도 희비 교차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먼저 수입차 업계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났다. 벤츠가 BMW를 꺾고 연간판매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직전이다. 11월까지 벤츠와 BMW의 판매량은 각각 5만718대, 4만2625대로 벤츠가 8000여대 앞서있다. BMW는 이례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벤츠는 수입차 업계 최초로 연간판매 5만대를 넘어섰다.

벤츠와 BMW의 엇갈린 성적표는 신차 출시 계획 등이 반영된 결과다. 벤츠가 좋은 실적을 기록한 배경엔 신형 E클래스 출시가 있었다. 반면 BMW는 내년 상반기 신형 5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물론 벤츠와 BMW의 판매량이 코오롱과 효성의 성적표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효성은 벤츠의 선전 속에 행복한 비명을 지른 반면, 코오롱은 BMW와 함께 숨고르기를 했다.

뿐만 아니다. 코오롱과 효성의 ‘선택’도 엇갈린 결과를 낳고 있다.

코오롱은 지난해 아우디와 손을 잡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BMW의 전통적인 파트너가 BMW 라이벌과 손을 잡은 것이다. 이에 BMW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으며, 업계에서는 ‘양다리 논란’까지 일었다.

코오롱은 논란에도 굴하지 않고 아우디와 협력을 강화했다. 더불어 BMW의 손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악재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 휩싸였던 아우디가 ‘판매 정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것이다. 대부분의 모델을 판매할 수 없게 된 아우디는 7월 말부터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나 다름없다. 코오롱 입장에선 아우디와 손을 잡자마자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반면 효성이 손을 잡고 있는 브랜드들은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판매정지로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전체 수입차 판매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토요타, 렉서스, 재규어, 랜드로버 등은 괄목할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효성이 올해 손을 잡은 브랜드이며,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입차 업계 최대 이슈는 벤츠의 도약과 폭스바겐-아우디의 판매정지를 꼽을 수 있는데, 코오롱과 효성 모두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안이었다”라며 “양측 모두 브랜드 다각화를 추진 중인데, 이 과정에서 또 어떤 변수들이 발생할지 주목된다. 코오롱의 경우 아우디의 판매재개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한 번 더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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