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때문에 이명박 후보의 캠프 측에선 박근혜 후보를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을 수집하기도 했다. 공개되지 못했던 해당 내용은 현재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검토 중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야동까지 나와야 하느냐.”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의 푸념 섞인 말이 아니었다. 최태민 씨의 의붓아들 조순제 씨가 남긴 녹취록에서 ‘19금’에 해당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해당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지만, ‘최순실 게이트’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보며 울화통이 터진 것이다. 이후 정두언 전 의원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MB) 후보 캠프에서 박근혜 후보의 검증 작업을 총괄한 그는 “결국 방관했다”는 데 부끄러움을 느꼈다.

◇ 경선 앞두고 박근혜 약점 취합한 MB 캠프

실제 정두언 전 의원은 경선을 앞둔 그해 8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태민과의 관계를 낱낱이 드러내면, 박근혜를 좋아했던 많은 분들이 밥도 못 먹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자 해당 녹취록은 검증하지 않았다. 다음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재도전을 택했을 때는 무효표를 던졌다.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난 받을 각오로 지난 얘기를 끄집어 낸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위 의혹과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전했다.

정두언 전 의원의 증언 내용은 이른바 ‘박근혜 보고서’로 불리는 ‘박근혜 후보 검증 요청 보고서’와 일정 부분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보고서 또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작성됐다. MB 캠프의 정책특보로 활동한 임현규 씨가 언론 보도와 관계자 인터뷰 등을 A4용지 50여쪽 분량으로 종합한 것. 하지만 실제 경선 과정에서는 보고서가 활용되지 못했다. 당 검증위원회에 박근혜 후보의 철저한 검증을 촉구한 김해호 목사가 구속된 직후 임씨도 명예훼손 혐의로 긴급 체포돼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최태민 씨의 의붓아들 조순제 씨가 남긴 녹취록에 대해 “아이들이 보기에 좋지 않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선에서 진 후보를 탄압하는 꼴”이라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승리 후 녹취록 내용을 검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태민 씨의 사이비 행적 ▲구국여성봉사단의 반강제적 조직 및 자금 동원 의혹 ▲최태민 일가의 육영재단 개입 의혹 ▲영남대 사학 비리 의혹 ▲서울 성북동 자택의 취득 경위가 정리돼 있다. 물론 해당 내용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육영재단과 영남대 비리가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검팀에서 보고서를 입수해 검토 중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제보 차원’으로 설명했다.

최태민 일가의 육영재단 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최순실 씨가 운영한 초이학원이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주최 그림그리기 대회에서 낮은 성적을 거둬 항의한 뒤 회관 직원들이 대거 사직한 점 ▲최순실 씨가 육영재단 잡지 ‘어깨동무’에 관여한 정황 ▲최태민 씨에게 육영재단 결재 서류를 먼저 보고했다는 간부 직원의 증언 ▲어린이회관 관장과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낸 김창환 씨가 최태민 씨의 친척 관계라는 점이다.

영남대 사학 비리 의혹의 경우 최염 씨의 증언이 토대가 됐다. 그는 영남대 전신 대구대 설립자 최준 선생의 손자로, 경선 당시 “영남대를 8년간 무소불위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나라의 장래가 위태롭다”며 검증을 신청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영남대 이사장을 재임했다. 그 기간 동안 재단이 소유한 부동한 34건이 처분됐다. 이중에는 최준 선생의 고택과 선영도 포함돼 있었지만, 정작 후손들은 전해 듣지 못했다. 최염 씨는 “영남대가 최태민 일가의 재산 씨앗이 됐다”는 데 한탄스러워했다.

◇ 최태민 의붓아들 조순제, 정두언에게 폭로

여기에 조순제 씨가 다시 한 번 등장한다. 영남대 실세 4인방 가운데 영남투자금융 전무로 조순제 씨가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재단 소유의 부동산을 매각한 사람이 바로 조순제 씨인 셈이다. 그는 최태민 씨가 후계자로 최순실 씨를 내세우면서 팽을 당하자 경선 막바지에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정두언 전 의원에게 설명해왔던 터다. 당시만 해도 정두언 전 의원은 MB의 ‘입’이자 ‘브레인’으로 통했다. MB의 대통령 당선으로 막을 내린 이듬해 조순제 씨는 돌연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MB는 최순실 게이트로 탄핵 정국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민 뜻을 따르라”고 충고했다. 그는 지난 18일 당내 친이명박계 전·현직 의원들과 만찬 회동 전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뭐라고 얘기하든 국민이 다 알고 있다”면서 탄핵이 불가피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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