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16일 박근혜 대통령이 별다른 일정 없이 관저에서 머물렀고, 매우 피곤해했던 점을 기억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운명으로 생각한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을 보였다. 그는 출소하고 나서도 ‘운명’이라 생각하고 대통령을 모실 계획이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으로 현 정부에서 실세로 군림하던 정호성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구속기소돼 현재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는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결국 국조특위 위원들이 26일 현장 청문회를 열었다. 수감된 감방에서 나오길 거부해 특위 위원들이 직접 감방까지 찾아갔다. 이른바 ‘감방 청문회’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3시간여 진행된 비공개 면담에서 차분하게 진술을 이어갔다. 사실상 검찰의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들을 대체로 시인했다. 검찰이 확보한 녹음 파일 12개는 모두 자신이 녹음했고, 통화 내용도 인정했다. 하지만 대통령에 관한 내용에는 말을 아꼈다.

예컨대 박근혜 대통령의 멍 자국과 미용 시술 여부에 대해선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16일 관저에서 목격한 인물들에 대해선 “대통령의 사생활”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세월호 참사 당일 “앞뒤로 일정이 빽빽했는데 유독 그날만 일정이 비어있었고, 관저에서 머물렀던 대통령이 매우 피곤해했다”고 말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2시께와 5시께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과 대면했다.

진술 과정에서 번복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오후 2시 이후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관저로 가서 대통령을 직접 봤다”고 하더니 “인터폰으로 대화했는지 직접 만났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또 이날 오후 미용사를 부른 데 대해 구조본 방문이 예정돼 있어 자신이 직접 불렀다고 하더니 “지시를 받고 불렀다”고 다시 말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대통령은 세월호 당일 관저에서 평상시대로 근무하면서 서면이나 전화를 보고 받고 전화로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호성 전 비서관은 최순실 씨에 대해 “대통령이 신뢰하고 잘 알아 많이 상의했다”면서 “대통령을 잘 모시는 사람”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씨가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을 모금하는 등 사익을 취한 것에 대해선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