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진쎄미켐이 중간지주사를 설립함에 따라 경영권 승계의 방편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사진은 동진쎄미켐 이부섭 회장.<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반도체 소재 업체 동진쎄미켐의 중간 지주사 설립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사측은 해외 계열사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눈치다. 일각에선 경영권 승계의 일환이 아니냐는 시각도 보낸다.

동진쎄미켐의 지배구조 개편은 이달 초 시작됐다. 우선 지난 13일 지주사업을 위해 동진글로벌홀딩스를 설립했다.

이후 동진쎄미켐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중국 현지의 전자재료 자회사 5개사의 지분을 동진글로벌 홀딩스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현물출자 방식으로 진행된 이 거래에서 동진쎄미켐은 동진글로벌홀딩스의 지분 전량(보통주 3305만4564주)을 교부받았다.

동진쎄미켐은 이와 관련 “계열회사의 효율적 관리를 위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동진쎄미켐의 이 같은 설명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일반적인 지주사 설립의 의미는 사업부문과 투자부분을 분할해 경영 효율화를 높이는데 있기 때문이다.

동진쎄미켐은 중국 자회사들이 생산하는 디스플레이용 전자재료를 동진쎄미켐 본사에서도 생산 중이다. 동일 품목은 아니지만 본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BOE에 납품 중이다. 동진글로벌홀딩스에 넘어간 중국 자회사들과 사업목적이 중복된다는 뜻으로, 굳이 추가비용을 들여 별도법인을 만들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동진쎄미켐의 이번 조치가 오너가 경영권 승계의 완성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보낸다.

창업주인 이부섭 회장은 지난 2013년 동진홀딩스의 전신인 제이앤드제이캐미칼에 자신의 동진쎄미켐 지분 전량을 현물 출자한 바 있다. 두 아들이 소유한 비상장회사에 지분을 넘겨면서 지주사를 설립, 경영권 승계를 하기 위함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 회장이 제이앤드제이캐미칼의 신주를 교부받음으로써 두 아들의 지분은 희석됐고, 이 회장은 현재도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이 회장의 동진홀딩스 지분은 79.25%에 달한다. 또 동진홀딩스는 동진쎄미켐의 대주주로 지분 29.17%를 보유 중이며, 이 회장은 지분 8.85%로 2대주주에 위치했다.

반면 이 회장의 장남 이준규 사장과 차남 이준혁 사장이 보유한 동진홀딩스의 지분은 각각 4.34%, 4.86%에 불과하다. 이준혁 사장이 실 소유주인 명부산업이 동진홀딩스와 동진쎄미켐의 지분을 각각 9.45% 1.34% 보유하고 있지만, 동진쎄미켐에 대한 영향력은 아직 부족하다.

이에 업계에선 동진세미켐이 동진글로벌홀딩스라는 중간지주사를 설립함으로써 다양한 편법이 경영권 승계에 동원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우선 동진글로벌홀딩스의 대표에 아들을 배치하고 고액의 연봉 지급이 가능하다. 비 상장사의 경우 정보공개가 제한적이란 점을 적극 이용하는 셈이다. 또 다른 방안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동진글로벌홀딩스의 지분을 두 아들에게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배당 또는 상장으로 상속세의 재원 마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동진세미켐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국은 홀딩스, 중국은 글로벌 홀딩스 체제로 관리하기 위해 (동진글로벌홀딩스를) 세웠다”며 “그런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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