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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마음까지 얼게 하는 한국지엠의 ‘난방 차별’
비정규직 마음까지 얼게 하는 한국지엠의 ‘난방 차별’
  • 권정두 기자
  • 승인 2016.12.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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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열악한 난방 환경 속에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단 한 글자 차이지만, 둘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임금은 물론이고, 고용안정과 작업환경 모두 비정규직이 훨씬 열악하다. 현장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을 얻는 노동자들도 비정규직이 더 많다. 하지만 보상을 받긴 더 어렵다. 비정규직은 우리 사회 속 ‘을 중의 을’이다.

한국지엠 작업 현장 실태에서도 비정규직의 고단한 현실이 민낯을 드러냈다. 한파가 맹위를 떨치는 한겨울, 마음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씁쓸한 조사 결과이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자괴감을 소식이다.

◇ 영하의 날씨에도 맨몸으로 버티는 비정규직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와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는 지난 14일 한국지엠 부평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난방실태를 점검했다. 이날 현장 외부는 오전 8시 기준 영하 2~3도의 추운 겨울 날씨였다.

먼저 공장 외부에 간이건물로 자리 잡은 차체 서열보급장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는 업무는 기본적으로 같다. 하지만 ‘온도차’는 확연히 다르다. 정규직이 일하는 곳은 보온단열제로 마감돼있고, 지게차가 드나드는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혀 열 손실이 적다. 최소한 바깥 온도보다는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반면 비정규직이 일하는 곳은 바깥과 큰 차이가 없다. 간이건물을 비닐천막으로 덮은 것과 몇 개의 작은 전기열풍기가 난방 대책의 전부였다. 가장 큰 차이는 문이다. 이곳 역시 자동개폐 문이지만 거의 늘 열려있는 상태다. 고장이 났거나, 작업 도중 망가질 위험이 있어 그냥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자동개폐문 시설은 한국지엠 소유고, 이를 사용하는 것은 하청업체인 탓에 벌어지는 촌극이다.

뿐만 아니다. 쉬는 동안만이라도 따뜻하게 머물 장소가 없는 건 물론이고, 컨테이너로 된 탈의실과 샤워장에도 난방시설은 없었다. 

▲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가 문도 없는 휴게공간에서 작고 낡은 난로 하나로 몸을 녹이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제공>
공장내부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계는 뚜렷했다. 외곽을 빙 둘러싸고 일하는 비정규직의 공간은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지만 난방 시설이 없었다. 반면 정규직의 환경은 비교적 따뜻한 중앙에 위치할 뿐 아니라, 온풍기도 잘 작동했다. 실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일하는 공간은 5도 이상의 온도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실태에 대해 노조는 “인권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노동력으로 삶을 영위하는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환경조차 마련해주지 않는 것은 생명권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입장이다. 특히 난방시설을 놓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환경을 차별하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행태라고 강조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근본적으로는 직접고용 해야 할 이들을 간접고용하고 있는 불법파견의 문제다. 대법원에서도 판결이 나고 있듯, 원청이 책임을 회피하는 불법파견은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이것은 아주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기도 하다. 한국지엠은 과거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복장 차별’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심각한 수준의 노동인권 감수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