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를 ‘모르는 사람’으로 말해왔다. 하지만 두 사람의 친분을 추측할 만한 제보와 증언이 쏟아지면서 입장이 난처해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누명을 썼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받고 있는 데 대한 답답한 심경의 표현이었다. 그는 줄곧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해오던 터다. 하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생각은 달랐다. 조윤선 장관의 자택 및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는 점에서 의혹은 오히려 짙어졌다. 뿐만 아니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알고 지냈을 가능성도 커졌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배후로 최씨를 지목하고 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발생 이후부터 지금까지 최씨에 대해 ‘모르는 사람’으로 말해온 조윤선 장관은 다시 한 번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 최순실 모른다는데… 블랙리스트 작성·단골 마사지센터 출입 의혹

하지만 조윤선 장관은 끝까지 ‘모르쇠’ 입장을 견지했다.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이혜훈 개혁보수신당 의원에게 법적 대응을 예고한 것도 강한 부인의 표현이었다. 앞서 이혜훈 의원은 28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재벌 사모님들이 ‘나한테 최순실을 여왕님 모시듯 데리고 온 사람이 조윤선 장관인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느냐’고 하는 전화를 받은 의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윤선 장관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제보자의 실명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윤선 장관의 부인에도 의혹은 여전했다. 문체부 장관 취임 이후 최씨와 측근 차은택 씨가 관련된 사업의 예산이 확대된 점이 의문을 낳았다. 실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억원 수준이던 최순실 예산이 1900억원 수준으로 뛰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국회 예결위는 1748억원의 문체부 예산을 최순실 예산으로 분류해 삭감했다. 이에 조윤선 장관이 “삭감액이 너무 크다”고 항의했으나 야당 의원들에게 빈축만 샀다. 집무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교체에 따른 블랙리스트 증거인멸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이를 전면 부인한 상태다.

▲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배후로 최순실 씨를 지목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에 따르면 출처는 청와대 정무수석실이다. 공교롭게도 리스트 작성 시기 정무수석이 조윤선 장관이다. <뉴시스>
문제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증언이다. 그는 특검팀의 압수수색 전날인 26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퇴임하기 전 블랙리스트를 직접 봤다”면서 “청와대에서 당시 조현재 문체부 1차관에게 주면서 ‘장관에게 전달하고 적용하라’고 지시했다”고 회고했다. 출처는 청와대 정무수석실로 밝혔다. 당시 정무수석이 바로 조윤선 장관이다. 재임기간이 겹쳐 있는 김영한 전 민정수석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지시한 내용을 비망록에 남겼다. 이는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배경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조윤선 장관은 최씨의 딸 정유라 씨와 함께 촬영한 사진이 공개돼 진땀을 빼기도 했다. ‘역대급 무능한 정무수석’이라는 비판까지 감수하며 ‘대통령과 최씨가 친한 줄 몰랐다’고 답변했던 그는 사진이 공개되자 “펜싱 경기 대통령 행사에서 사진 찍은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주위에서 “펜싱이 아닌 승마”라고 지적해 줄 만큼 조윤선 장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청와대에 초청된 여러 종목 선수들과 함께 찍은 것일 뿐 정씨와 따로 만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외 조윤선 장관은 최씨와 마사지센터를 함께 이용하는 사이로 알려져 진위 공방을 벌였다. 장제원 개혁보수신당 의원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재임 시절 특별감찰수사관을 지낸 제보자의 진술을 근거로 “조윤선 장관이 정무수석 시절 업무 시간에 최씨와 함께 서울 강남 스포츠마사지센터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센터는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던 곳으로 전해졌다. 특히 장제원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이 적발돼 민정수석실의 특별 감찰조사를 받다가 무마됐다”고 말했다.

물론 조윤선 장관은 “추호도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 그는 제보자와 대질신문을 요청하며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허위 제보를 한 해당 수사관이 공식 사과하도록 하고, 회의록에 남겨 달라”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조윤선 장관은 최씨와의 친분을 거듭 부인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을 뿐 “본 적도 없고, 전화한 적도 없다”는 것. 그는 “백 번 천 번을 물어봐도 최순실을 모른다”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정무수석과 장관을 두 번 지낼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총애를 받아온 조윤선 장관의 입장이 갈수록 난처해지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