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도날드의 로고가 그려진 간판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맥도날드 망원점 폐점을 둘러싼 논란이 새 국면을 맞을 조짐이다. 본사와 아르바이트 근로자들에게 마땅히 ‘줘야할 돈’을 주지 않고 잠적해 파렴치한으로 몰렸던 점주에게는 남모를 속사정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서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고질적 문제 가운데 하나인 본사의 ‘갑질’이란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가맹비·월급 안 주고 잠적한 점주… 그 진실은?

맥도날드 망원점 폐점 논란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지난 1일 맥도날드의 주력 매장 가운데 하나였던 서울 망원점이 갑작스레 문을 닫았다. 점주와 본사의 갈등이 원인이었다. 가맹점으로 운영되던 망원점의 점주가 가맹 수수료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본사인 한국 맥도날드가 가맹계약 해지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불똥은 망원점에서 일하던 근로자 60여명에게 튀었다. 점주가 매장 폐점과 동시에 자취를 감추면서 받아야할 돈을 받지 못했다. 체불된 금액은 5200여만원. 그럼에도 본사는 아무런 힘이 되지 못했다. ‘가맹점은 가맹점의 일일 뿐’, ‘가맹비를 받지 못한 우리도 피해자’라며 급여 문제와 선을 그었다.

무책임한 점주와 본사의 방관 사이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애먼 근로자들의 속은 타들어 갔다. 28일 알바노조는 “맥도날드 망원점 사장이 노동자 60명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문을 닫아버렸다”면서 “본사가 월급과 퇴직금을 먼저 지급하고 사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안이 공론화되고 있는 만큼 문제 해결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적어도 ‘이번 사태의 1차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 가’란 물음에 대해서는 재정립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월급 안주고 잠적한 사장’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던 망원점주에게는 저만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가맹 수수료인 ‘서비스 로열티’ 7억원을 본사에 안 준게 아니라는 얘기다.

◇ 매장 인수 1년 후… 700m 내에 들어선 직영점

A씨가 맥도날드와 손을 잡은 건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맥도날드의 오너(맥도날드에서 가맹점주를 이렇게 부른다) 지위를 얻었다. 9개월 간 오너 타이틀을 얻고자 무보수로 밤낮 없이 매장에서 일한 뒤 얻어낸 값진 결실이었다.

교육 수료 며칠 뒤, 본사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정확히 말하면 제안이라기보다는 ‘통보’였다. 망원점의 오너가 될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 선택지는 하나였다. 망설이는 A씨에게 본사는 솔깃한 말을 들려줬다. 그렇잖아도 대학이 밀집해 있는 이곳에 인근 합정역의 주상 복합 아파트(메세나폴리스) 완공 시, 망원점의 영업권은 더욱 확대된다고 귀띔했다.

맥도날드 망원점주 A씨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본사는 매장 인근에 들어서는 합정역 주상 복합 아파트(메세나폴리스)로 MDS 기대치(배달서비스)는 더욱 커진다고 설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망원점주 A씨 제공>
망원점 오너가 되고나서 6개월 후, A씨는 지인으로부터 귀를 의심할 만한 얘기를 듣게 됐다. 자신의 영업구역 내에 직영 매장이 공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바로 본사에서 “MDS(배달서비스·Mcdonald Delivery Service) 기회치”라며 소개했던 메세나폴리스 안에서 말이다.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직영 매장 오픈이 임박해 본사에서 사람들이 나왔다. ‘맵 조정’이 목적이었다. 망원점의 영업권 일부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며 지도 3장을 내밀었다. 이번에도 달리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2021년까지 가맹계약을 체결하느라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 부은 상황에서 중도 포기란 있을 수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역 일부를 떼줬다.

그로부터 몇 달 후 700m 인근에 직영 매장이 문을 열었다. 망원점 인수 1년도 안돼 벌어진 일이었다. 여파는 그대로 나타났다. 전국 최상위권이던 매장의 영업이익은 하루가 멀다하고 떨어졌다. 결국 올해 들어서는 영업익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임대료와 가맹 수수료를 내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됐다.

▲ 본사인 한국 맥도날드는 A씨에게 합적 메세나폴리스 직영 매장이 들어서는 인근 구역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본사가 제시한 지도 3장 가운데 결국 가장 적게 뺐기는 것(사진의 파란색 부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망원점주 A씨 제공>
◇ 점주에겐 ‘엄격’, 본사에는 ‘관대’한 가맹계약서

여기까지가 A씨가 주장하는 폐점 사태의 뒷이야기다. A씨를 통해 본사인 한국 맥도날드의 불공정한 계약 조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맥도날드는 점주에게는 엄격하면서도, 본사에게는 관대한 내용이 담긴 계약서로 가맹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A씨가 제공한 공정위 고발장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가맹사업자가 본사의 허락 없이 유사 업종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계약 해지 후에도 마찬가지다. 18개월 간 반경 10km 내에 외식사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가맹점이 있더라도 본사의 직영점이 설치되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 12조 ‘가맹본부는 거래상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가맹점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또 아르바이트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불 역시 본사가 A씨의 사업 계좌를 가압류하면서 빚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주장과 관련 본사인 한국 맥도날드는 “망원점의 MDS 구역 조정은 오너의 동의 하에 진행됐다”면서 “직영점 오픈은 망원점 계약 시점 당시 계획됐던 내용이 아니며, 도보로도 10분 이상 떨어져 있고 행정 구역도 달라 상호 매출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지난 11월30일 중앙지검에 한국 맥도날드를 고발하는 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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